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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질환 수술한 산부인과에…심평원 "사진 찍어 보내라"

등록 2024.07.25 06:01:00수정 2024.07.25 09: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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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외음부 양성종양 제거술"

심평원 "시술 행위 입증하라" 요구

[서울=뉴시스]병·의원의 진료비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외음부 양성 종양을 제거한 여성 환자들의 주요 부위를 찍은 사진을 제출할 것을 산부인과 의원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2024.07.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병·의원의 진료비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외음부 양성 종양을 제거한 여성 환자들의 주요 부위를 찍은 사진을 제출할 것을 산부인과 의원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2024.07.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병·의원의 진료비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주요 신체 부위의 양성 종양을 제거한 여성 환자들의 사진을 제출할 것을 한 산부인과 의원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A 산부인과 의원 B 원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심평원에서 외음부 양성 종양을 제거한 여성 환자들의 동의 없이 성기 사진을 보내라고 한다"면서 "이걸 항의했더니 묵묵부답"이라는 글을 올렸다. 심평원이 외음부 양성 종양을 제거한 증거로 수술 전후 사진을 보내라고 A 산부인과 의원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B 원장은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외음부 양성 종양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비해 많은 편이다 보니 심평원에서 허위 청구로 의심한 것 같다"면서 "시술 행위를 입증하라는 요구를 수 차례 받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료 제출 항목에 '수술 전후 사진'이 추가로 명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병·의원이 진료비를 청구하면 국민건강보험법 등에서 정한 기준을 근거로 진료비와 진료 내역이 올바르게 청구됐는지 등을 심사해 진료비를 결정한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급 자격을 확인해 진료비를 병원에 지급한다.

외음부 양성 종양의 경우 항생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가라앉지만 재발하기 쉬워 결국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술은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급여)되는 진료이다보니 병원은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해야 한다.

B 원장은 심평원이 심사 자료를 오는 29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 환자들의 사진을 제외한 수술 전 조직 검사 결과지, 차트 등 관련 서류들을 모두 준비해 놓은 상태다.

B 원장은 "환자의 병변을 사진으로 찍긴 하지만 유출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어렵게 동의를 받은 만큼 환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면서 "엑스레이나 초음파 사진도 아닌 성기 사진이 어떤 경로로 유출될지 알 수 없고 불특정 다수가 볼 수도 있는데 (심평원은)어떻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동의 없이 관련 사진을 심평원에 제출하게 되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형법상 처벌 대상도 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평원이 같은 처방이 과도하게 반복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으면 추가 자료를 병원에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수술 여부를 입증할 다른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C 산부인과 의사도 "보통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술을 시행했다면 이를 입증하기 위해 대부분 조직 검사 결과지를 심평원에 보낸다"고 말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병원이) 의무기록으로 사진을 심평원에 보낼 의무는 없다"면서 "조직검사 결과와 차트로 입증하는 것이 맞고,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월권에 해당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도 가능하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의 의료기관에 대한 과도한 심사자료 제출 요구는 결국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진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 원장은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술의 경우 마취 등 시술에 시간이 소요돼 다른 환자 진료가 밀리는 데다 수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서비스의 대가)도 낮아 산부인과에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린다고 하지 않았나.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 결국 급여 환자는 갈 곳이 없어 떠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은 수술 전후 사진을 꼭 내야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고, 수가를 충분히 더 인정해 주기 위해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수술 기록지와 조직 검사 결과를 토대로 심사한 결과 외음부 종양이 아닌 농양으로 확인 돼 농양 절개술 수가로 조정이 됐었다"면서 "자료가 많을수록 검토하시는 위원들이 심사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심사 참고 자료 목록 중 추가로 낼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내라는 의도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B 원장은 "종양으로 보여서 제거를 했고, 최종 진단 결과가 농양으로 나온 것"이라면서 "환자들 성기 사진이 유출 되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고 결국 필수의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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