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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크론병과 싸우고 있는 분들에 작은 희망 됐으면"[조수원 BOOK북적]

등록 2024.12.07 07:00:00수정 2024.12.20 09: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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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센토사로 간다'

[서울=뉴시스] 싱가포르 센토사의 실로소비치 해변에 서 있는 '우리는 지금 센토사로 간다' 저자 김홍석(사진=본인 제공) 2024.1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싱가포르 센토사의 실로소비치 해변에 서 있는 '우리는 지금 센토사로 간다' 저자 김홍석(사진=본인 제공) 2024.1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인공항문이요? 그것은 임시적인 건가요? 아니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요? '정말 상태가 안 좋아서 많은 범위가 절제된다면 인공항문을 달고 살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내는 결국 주저 앉았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 냈다."(68쪽)

책 '우리는 지금 센토사로 간다'는 만성염증성 장질환 크론병을 진단 받은 딸과 함께 희망을 좇는 아버지의 여정을 담았다.

크론병에 걸린 중학생 딸의 장 절제수술에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동의한 아버지. 그러나 수술을 아슬아슬하게 미루며 다른 길을 찾아나선다. 저자는 이 부분을 돌아보며, 갑작스럽게 가족의 병 진단을 받았을 때 병원에서 안내하는 대로만 따르지 말고, 병을 주위에 알리며 최선의 선택을 두루 찾아보라고 권한다.



뉴시스와 서면으로 만난 김홍석은 "한 번의 수술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수술 후에도 언제든 나머지 부위에도 재발할 수도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수술을 피하고 싶었다"고 했다. "성장할 아이의 장을 훼손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형종합병원에서 이제는 마지막 단계인 수술, 절제만 남았다고 했을 때, 어떤 부모도 이를 거부하기 힘들다. 더 이상 물을 데도, 기댈 데도 없고, 무엇보다도 생명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한의학을 접한다. 아내와의 갈등을 겪으면서도 수술을 최대한 미루고 꿋꿋하게 한의학 치료를 이어갔다. 마음 한편에는 '그 사이에 아이가 잘못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공존했다.


"수술 연기 소식을 들은 아내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한약을 지어 와서 먹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내는 대성통곡을 했다. 로비의 많은 사람들이 이 광경을 목도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나서서 위로해 줄 수 없었다. (중략) 아내가 미친 듯이 나를 원망했지만, 아내를 달랠 수 없었다. 그냥 멍하니 바닥만 쳐다보면서 그 소리를 듣고 또 들었다."(74쪽)
김홍석은 "아내는 더 나빠지기 전에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더 시간을 두고 한의학치료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며 "(수술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수많은 의사보다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단 1명의 한의사 말을 들었다"고 했다.

딸에게 하루 여섯 차례 한약을 데워 주고 족욕을 시켜주며 온열찜질기를 꾸준히 대는 방식으로 저자는 자신만의 치료를 계속했다. 처음과 달리 혈색이 돌고 살도 조금씩 붙는 딸을 보며 희망을 발견했다.

결국 극진히 돌본 끝에 결실을 보았다. 딸이 2020년부터 4년간 이어진 투병 생활을 마치고 수술 없이 병실 밖에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도 물론 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죽을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다.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어 눈이 잘 보이지 않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을 때다.

김홍석은 "몇 차례의 수술 권고를 거부하고 장기간 항생제 주사치료와 링거주사로 영양공급을 받고 있던 딸이 극심한 영양실조에 이르게 되었을 때 몸무게가 28kg까지 내려갔다"며 "듣고 보는 것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시련을 경험하면서도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족'이 있었다는 그는 "가족은 운명 공동체란 생각이 재차 들었다"며 "딸의 투병으로 개개인의 삶마저도 송두리째 혼란을 겪게 됐지만 슬기롭게 헤쳐 나왔고 이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잘 싸워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김홍석 "크론병과 싸우고 있는 분들에 작은 희망 됐으면"[조수원 BOOK북적]







책 제목에 나오는 '센토사'는 딸이 회복 후 가고 싶은 장소를 뜻했다. 싱가포르의 한 섬이자 휴양지로 알려진 센토사는 딸이 10여 년 전 다녔던 초등학교 시절이 담겨 있었다. 저자는 투병 중인 딸에게 센토사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계속해서 센토사의 좋은 기억들만 생각하자고 말하고 또 말했었다. 센토사 바다를 머릿속에 그려 넣고, 실로소 해변에 앉아서 일광욕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연신 주문했었다. 그러면 더 빨리 나을 수 있다고."(133쪽)

김홍석은 "센토사는 딸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다"며 "다행히도 엉뚱한 아빠의 요구대로 눈을 감고 센토사의 해변에서 뛰어다니고 있는 자기 모습을 상상했고 센토사의 여러 곳을 같이 다니는 상상을 하면서 힘을 얻게 됐다"고 했다. 그는 "센토사는 딸에게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정신적 영양제였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크론병을 앓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자신이 했던 방법도 소개했다.

"모두가 다 한의원으로 달려갈 수는 없습니다. 현재 나름대로 좋은 효과를 보면서 치료해 가고 있는 환우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을 위해 딸이 일상에서 했던 '따뜻한 음식만 먹기', '장을 물리적으로 계속 따뜻하게 유지하기', '반신욕이나 족욕', '꾸준히 운동하기' 등을 해보라고 알려주고 싶어요."

한 가족의 애틋하고 강인한 성장의 기록인 이 책은 어쩌면 우리 모두 겪은, 겪어야 할 이야기이다. 소소하지만 ‘크론병과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자 간곡한 마음으로 썼다고 지은이는 전한다. 나아가 크론병 뿐만 아니라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과 그들의 보호자들, 이 시대의 가족 구성원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묵직한 질문들을 던져준다.
"왜 크론병이 난치, 불치질환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크론병 환자들의 잘못된 음식 습관을 개선하고, 이미 허약해진 장조직을 복원해 준다면 크론병은 반드시 치료되는 생활 습관병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나는 이 같은 방식으로 많은 크론병 환자들을 치료해 주었고, 지금도 이러한 원인론을 기반으로 치료해 가고 있다."(198쪽)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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