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조차 불평등…"30~44세 초졸남성 자살, 대졸의 13배"
교육 수준과 자살률 상관관계 규명
"인식제고·예방정책 안전망 강화를"
[서울=뉴시스]30~44세 청년 남성 중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경우 대학교 졸업 이상인 사람에 비해 모든 조사 시기(1995~2020년)에서 자살률이 6.1~1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래프=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제공) 2025.01.08. [email protected].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팀(제1저자 황민지 연구원)은 최근 자살의 계층적 불평등 양상 관련 연구 결과 사회·경제적 격차가 자살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30~44세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남성 집단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15년에 288.2, 2020년에는 251.4이다.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27.3)의 약 10배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고 알려진 캐나다 극지 누나부트(Nunavut) 부족 자살률의 2배 이상, 브라질 아마존의 과라니(Guarani Kaiowa) 부족의 자살률(232)보다 높다.
연구팀은 한국의 자살률이 계층 간 격차가 크고,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결론냈다.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남성 집단의 높은 자살률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튼(Angus Deaton)의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절망의 죽음’ 이론을 연상시키고 일상에서 경험하는 절망감이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살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계층 간의 차이에 내포되는 사회적 격차와 정서적 전이가 반영된 결과임을 시사한다.
기명 교수는 자살을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보는 것을 넘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정신적 고통과 자살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임을 강조했다. 자살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 교수는 사회경제적 불리함이 실패의 낙인이 되고 정신적 고통으로 강하게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완충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자살 예방 정책은 가난, 전세 사기 등 사회적 위기와 정신건강 문제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사회적 취약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자살의 격차를 줄이고, 전반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
기 교수는 “최근 한국은 ‘전 국민 마음투자지원사업’ 등 심리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행정적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취약성을 반영한 적극적인 대응이 자살 예방의 핵심으로, 이런 정책과정이 사회적 약자층의 입장에서 사회적 존중과 배려로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사회의학 분야 저널 '소셜 사이언스 앤 메디슨(Social Science and Medicine)'에 실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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