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애심 "제 운명을 넘어선 건지도 몰라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장금자 역 열연
"말도 안 되는 일…내 것 아닌 것 같았다"
40년 넘게 연기…드라마··영화 주로 조연
"생각보다 분량 많아 계속 마음 다 잡아"
"인생 한 획 그은 작품 그래도 안 변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강애심(62)에게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 참여하게 된 것이 40년 넘게 이어온 연기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20대 때 봤다는 점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각기 다른 모습과 표정을 한 고양이가 여러 마리 나열돼 있고 그 중 하나를 고르면 운명을 예견해주는, 점을 친다고 하기에도 다소 어설픈 형태의 점괘가 있었다고 했다. 그때 강애심은 가장 불쌍한 얼굴을 한 고양이를 골랐다. 예쁜 고양이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그 아이에게 마음이 갔다.
"제가 고른 그 고양이의 점괘 내용은 '가진 실력은 출중하지만 인정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글쎄요. 그 고양이를 왜 골랐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 고양이를 안 고를 것 같았던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을 하고 나니까 그 운명을 타파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이상하게 갑자기 이 생각이 나네요."
강애심은 업계에서 진작에 능력을 인정 받은 배우였다. 연극으로 시작해 뮤지컬로, 또 TV드라마와 영화로 연기 반경을 넓혀 가며 100편이 훌쩍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배우이지만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연극이나 뮤지컬에선 몰라도 드라마·영화에서 강애심은 대체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연이거나 눈에 띌 만한 분량을 갖지 못한 조연이었으니까.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2021년 '오징어 게임'은 역사를 썼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작품이 됐고, 황동혁 감독과 배우들은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콘텐츠로는 넘을 수 없다고 여겨졌던 벽을 모조리 허물었다.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제작된 시즌2엔 당연히 국내 최고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각 세대 별로 최고 연기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한 가운데 강애심도 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그 이름에 큰 관심이 없었다.
"캐스팅 디렉터가 연락을 해서 오디션을 한 번 보라고 하더라고요. 안 볼 이유는 없었죠. 가대본이 있었고, 그 대사로 연기하는 걸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됐다는 거예요. 심장이 쿵쾅대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처음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중간에 바뀌게 될 것 같았습니다. 리딩을 하고, 의상 피팅을 하고 나서야 이게 정말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애심이 연기한 '장금자'는 아들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들 '박용식'(양동근)을 만난다. 첫 번째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이 게임의 정체를 알게 된 금자는 이제 아들과 함께 살아서 나갈 생각 뿐이다. 하지만 용식은 말을 듣지 않는다. 게임 진행 여부를 두고 멈추고 나가겠다는 의미를 가진 X를 누르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용식은 속행을 뜻하는 O를 선택한다. 심지어 용식은 혼자 살아남으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 그래도 금자의 아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주인공을 맡은 이정재·이병헌만큼은 아니더라도 시즌2에서 금자 분량은 게임 참가자 중 가장 큰 편이다. 강하늘·임시완 등 젊은 배우들보다 오히려 더 인상적인 활약을 한다. 강애심의 연기력 역시 이 비중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출중해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
"대본 보고 여기 저기 다 끼어든다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보다 양이 많은 겁니다. 그래서 마음을 더욱 다잡았어요. 욕심 내지 말자고, 내 연기 분량이 절반 이상 잘릴 수도 있다고요. 그런데 작품을 보니까 제가 찍은 장면이 거의 다 들어갔더라고요. 놀라웠습니다."
도대체 황동혁 감독은 강애심에게서 뭘 본 걸까. 이 큰 역할을 왜 강애심에게 맡긴 걸까. 강애심은 황 감독이 자신에게 직접 말했던 것인지 인터뷰에서 말한 걸 본 것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한 가지 이야기를 했다. "제가 연극에서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를 연기한 적이 있어요. 그 작품엔 제가 17분 간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황 감독이 제 레퍼런스를 체크하다가 그 영상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할머니를 연기한 게 그 작품 밖에 없거든요.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아요."
강애심은 '오징어 게임2'를 촬영하며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황 감독과 케미스트리가 워낙 좋았던데다 어느 촬영 현장보다 공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정재·이병헌 같은 대단한 배우들이 제가 연기하는 걸 기다리는 겁니다.(웃음) 제가 대사할 때 뒤에 배경으로 서있으려고요. 몇 시간 씩 기다렸다니까요. 모든 배우는 동등하다! 전 그게 너무 좋았어요."
금자·용식 모자는 시즌2에서 진행된 게임 3개를 모두 통과한다. 시즌3에서 이들은 다시 게임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어쩌면 둘 중 한 사람은 탈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금자가 용식을 위해 희생할지도, 용식이 금자를 버릴지도. 어떤 방향이 됐든 두 캐릭터 서사는 다음 시즌에서 절정에 다다르게 될 듯하다. 앞서 용식을 연기한 양동근은 시즌3에서 모자의 강력한 한 방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하자 강애심은 "한 방이 아니라 여러 방일 거다"고 말하며 웃었다.
강애심은 "'오징어 게임'은 내 연기 인생에 한 획을 그은 큰 사건"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똑같이 살 거다"고 말했다. "이런 특별한 일이 제가 인생을 많이 산 다음에 왔기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휩쓸리지 않습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도 안 하는 거예요. 계속 연극을 할 거고, 또 드라마·영화에서 연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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