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신용' 무색 유증 택한 한화에어로, 투자자 뿔났다
"자본시장서 관심 높았다, 회사채 발행시 다 팔렸을 것"
"주가 상승시 임원들이 주식 파는 것과 같은 행태" 지적
대주주 참여도 불투명…"한화 이사회가 결정할 부분"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양호한 상황에서도 증자를 택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주주의 참여 여부도 불확실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일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한화가 또 한화 했다"며 막무가내식 자본 조달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유상증자 관련 기업설명회(컨퍼런스콜)를 진행했다.
설명회에선 "굳이 유상증자가 필요했느냐"는 투자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노무라금융투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기업으로 신용등급이 양호한데도 주주 배려 없이 유상증자를 강행했다"고 지적했고, KB증권도 "시기와 규모가 예상을 벗어났고, 사용처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실적이 양호한 상황에서 굳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선택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국내외 방산 및 조선 부문 투자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회사는 해외 방산에 1조6000억원, 국내 방산에 9000억원, 해외 조선 부문에 8000억원, 무인기 엔진 부문에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조선업체 오스탈(Austa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와 추가적인 글로벌 조선소 확보 등을 추진 중이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총 595만500주를 주당 60만5000원에 공모하며, 우리사주조합이 20%(119만100주), 기존 주주가 80%를 청약한 뒤 일반 공모 절차가 이어진다. 발행가는 향후 1·2차 산정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
한화에어로의 유증 발표 이후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약 10% 급락한 상태다. 대주주의 증자 참여 여부도 공개되지 않아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한증권이 "한화가 증자에 자금 여력이 있는가"라고 묻자, 회사 측은 "한화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자본시장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주주 희생을 전제로 한 무책임한 자금조달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처럼 준비 없는 대규모 증자는 흔치 않다"며 "유상증자는 주식 희석 효과로 사실상 주가 매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주 매도처럼 호황기에 주가 상승 효과만 노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과거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주요 인수 자금을 조달해왔다.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수 당시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증자를 단행했고, 청약률은 84.52%였다. 당시 우리사주 청약률은 20% 배정 중 18.02%에 그쳤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당시에는 2조원 규모의 증자가 이뤄졌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가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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