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기저귀는 없나요?"…세상을 바꾼 이메일 한통[같이의 가치]
유한킴벌리 하기스, 2017년부터 초소형 기저귀 공급
이른둥이용 기저귀 제작 위해 2개월마다 공장 '스톱'
![[서울=뉴시스]이른둥이 기저귀 생산 스틸컷.(사진=유한킴벌리 제공) 2025.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3/28/NISI20250328_0001804068_web.jpg?rnd=20250328211021)
[서울=뉴시스]이른둥이 기저귀 생산 스틸컷.(사진=유한킴벌리 제공) 2025.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모든 일은 한 간호사의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됐다. 2011년 유한킴벌리로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것보다 좀 더 작은 기저귀가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혹시라는 기대 속 보낸 짧은 글과 이를 놓치지 않은 섬세함이 세상을 뒤바꿨다.
유아용품 1위 기업인 유한킴벌리 하기스는 이른둥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확산하고자 2017년부터 초소형 기저귀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이른둥이는 평균 임신기간 보다 빠른 37주 미만 또는 체중 2.5㎏ 이하로 태어나는 신생아를 일컫는다. 상대적으로 면역 체계가 약해 질병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높아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옮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9년 5%로 추정되던 이른둥이는 현재 9%대까지 증가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데 따른 산모의 노령화와 인공임신술 증가로 조산이나 쌍둥이 출산 가능성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래 지나지 않아 10명 중 1명은 이른둥이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간호사의 사연을 접한 하기스는 곧장 조사에 착수했다. 특별히 더 작은 아이들이 사용해야 하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일단 더 작은 기저귀가 필요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하고자 300곳이 넘는 산부인과를 찾아다녔다. 신생아학회가 주관하는 이른둥이의 날 행사에도 참여해 엄마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는 병원의 수간호사들을 만나 니즈도 파악했다.
시제품 개발에는 간호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간호사들은 "이른둥이들은 다른 아기들 보다 피부가 얇고 연약해 몸에 닿는 소재가 부드러워야 한다.”, "조금이라도 큰 기저귀는 가랑이가 벌어지거나 체형이 변할 수 있다.", "매일 체중을 재면서 회복 상태를 봐야 하기에 입고 있는 기저귀 무게가 늘 일정해야 한다." 등의 조언으로 개발을 지원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치열한 시간을 보낸 하기스는 2014년 처음으로 이른둥이용 기저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유한킴벌리는 별도의 설비투자를 단행한 끝에 2017년 비로소 제대로 된 이른둥이용 기저귀라 불릴만한 제품을 세상에 내놨다.
당시 연구소에 근무하며 개발을 주도한 류진호 하기스 유아용품 사업부 본부장은 "나도 이른둥이로 태어난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일주일간 입원을 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때 간호사 선생님들의 기저귀 사용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추가 개발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제품에 추가 반영했다"고 떠올렸다.
단순히 사이즈를 작게 만든다고 이른둥이 기저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워낙 섬세한 작업을 요하기에 모든 생산설비를 재조정해야 한다. 사실 경제성만 고려하면 만들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 작고 섬세한 제품이라 일반 제품 대비 생산속도가 30%이상 떨어지고, 생산전후 준비나 품질관리의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뉴시스]신생아용 기저귀(왼쪽)와 이른둥이 기저귀.(사진=유한킴벌리 제공) 2025.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3/28/NISI20250328_0001804069_web.jpg?rnd=20250328211057)
[서울=뉴시스]신생아용 기저귀(왼쪽)와 이른둥이 기저귀.(사진=유한킴벌리 제공) 2025.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럼에도 하기스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지금도 하기스 생산기지인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은 2개월에 한번 꼴로 가동을 멈춘다. 이 기간에는 오직 초소형 기저귀만 생산한다. 여전히 국내에서 직접 이른둥이 기저귀를 생산, 공급하는 곳은 하기스가 유일하다.
그간 하기스가 기부한 이른둥이용 기저귀는 600만 패드에 달한다. 덕분에 4만여명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른둥이를 둔 한 엄마는 "이른둥이의 존재를 간과하고 ‘미숙아’라고 흔히 부르곤 하는데, 이른둥이인 아기와 저를 하기스가 인정하고 호명하고 지원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감사하다"며 회사측에 고마움을 표했다.
류 본부장은 "이른둥이 부모로서, 이른둥이 기저귀 제품 개발 담당으로서, 튼튼하게 성장한 이른둥이와 그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것에 큰 감동과 힘을 얻는다"면서 "이른둥이가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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