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5·18때 광주 찾아 진압 논의…38년만에 기록 첫 발견(종합)
10·26 12·12 광주사태 후편서 '현지로 내려온 전두환'이라고 기록
5·18 기록관 "전씨가 군사 작전 신중 표명했다는 것은 미화·왜곡"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3일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 따르면 '1980년 5·18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광주를 찾아 진압 방식을 논의했다'는 내용을 기록한 실록이 38년만에 처음으로 발견됐다. 사진은 1988년 고 천금성 소설가가 펴낸 '10·26 12·12 광주사태' 후편 220쪽. 2019.01.03. (사진 =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제공)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광주를 찾아 참모들과 진압 방식을 논의했다고 적은 기록물이 38년만에 처음으로 발견됐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은 1988년 1월 고 천금성 소설가가 펴낸 '10·26 12·12 광주사태 후편(다큐멘터리)' 내용 등을 분석한 보도자료를 3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10·26 12·12 광주사태 후편' 220~221쪽엔 '전투병과교육사령관으로 소준열 소장이 새로 부임했다. 소 전교사령관은 정호용 (특전)사령관과 머리를 맞댔다. 하루라도 빨리 평정을 시켜야겠다는 소 사령관의 말에 정 사령관도 동의했다. 그러나 현지로 내려온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고 적혀있다.
이어 '(전씨는)만약 계엄군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하면 대단한 희생이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기록돼 있다.
5·18 기록관은 당시 보안사령부가 서울에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현지로 내려온'이라는 대목은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온'이라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18 기록관은 또 1980년 5월21일 전교사령부 또는 광주비행장에서 전씨(육사 11기)와 소준열(육사 10기)·정호용 사령관(육사 11기)이 회동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980년 5월20일 오후 6시께 소준열 소장이 황영시 육군참모차장으로부터 '전교사령관 내정'과 '광주 진압 뒤 중장 진급'을 약속받았고, 5월22일 오전 10시께 전교사령관으로 취임토록 한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전씨를 직접 취재하거나 전씨의 전속 부관(황진하 소령) 등에게 관련 자료를 받았던 천금성 소설가는 1981년 전씨의 만행을 미화한 전기(전두환-황강에서 북악까지)를 펴낸 것으로 알려졌다.
5·18 기록관은 '전씨가 군사작전에 신중을 기하자고 말한 대목은 천금성이 의도적으로 미화했거나 전씨 또는 (천금성을 만난)취재원이 거짓 증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씨의 발언을 왜곡·미화해 기록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10·26 12·12 광주사태 후편' 248~251쪽 등엔 '전씨가 1980년 5월26일 정 특전사령관과 소 전교사령관을 보안사령부로 불러 옛 전남도청 재진압 작전(이른바 상무충정작전·5월27일)을 두 차례에 걸쳐 논의·점검한 뒤 최종 결정했다'고 기록돼 있다.
전씨는 같은 날 정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작전 계획을 보고받고 작전에 필요한 가발(침투 시 변장용)을 지원했다.
광주비행장과 전교사에 대기 중인 계엄군 사병들에게 중식용 소 7마리를 지원하는 '잔치판'을 열어주고 격려금(6300만 원 중 전씨는 300만 원) 전달을 지시했다는 기록(505보안대 작성)도 있다.
1995년~1997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전씨가 광주를 방문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진종채 2군사령관은 "1980년 5월18일에서 27일 사이 '전두환·노태우 등이 광주비행장에 따로따로 내려와 전교사령관, 505보안부대장을 만나고 갔다'는 사실을 2군사령부 참모부에서 보고받았다"고 진술했다.
백남이 전교사령부 작전참모도 검찰 수사서 "1980년 5월26일 오전 10시30분∼11시경 광주 공군 비행장에 전두환 사령관이 와 있는데, 전교사령부(전남북계엄분소)에도 갈지 모르니 왕래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연락을 상황실 근무자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허장환 505보안부대 대공과 수사관도 1988년 "'5·18 당시 서의남 505보안부대 대공과장에게 오늘 (전두환)사령관님께서 광주를 다녀가셨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나의갑 5·18 기록관장은 "'전두환의 광주 현지 방문'과 관련해서는 계엄군 쪽 관련자들의 몇몇 진술이나 목격담 외에는 기록 등 물증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전씨가 광주 진압 방식을 놓고 참모들과 대화를 나눈 기록이 38년만에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씨가 회고록에서 광주 방문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이 기록물이 그의 행적을 밝히는 기초가 될 수 있다"며 "출범을 앞둔 5·18진상조사위는 정권 찬탈이란 '못된 꿈'을 광주에 적용한 전두환을 '5·18 총사령관'으로 규정해 '5·18 연관 행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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