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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존엄사 논의? 돌봄체계 해결 없어 우려 심각"

등록 2022.06.21 14:00:00수정 2022.06.21 14: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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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21일 입장문 발표

"호스피스 확충 등 복지제도 제자리걸음"

"존엄한 죽음 위해 존엄한 돌봄 선행돼야"

[서울=뉴시스]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2.06.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2.06.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 법안과 관련해 "호스피스 확충 등 사회복지제도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채 시도되는 사회적 논의가 심각히 우려된다"며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전 국회와 정부가 약속했던 존엄한 돌봄의 근간이 되는 호스피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 비암성 질환의 말기 돌봄에 관한 관심, 돌봄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제도 정비 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거쳐오며 말기 환자 돌봄 현장은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이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호흡부전, 만성 간경화에 국한되고 있다"며 "이조차 인프라 부족으로 대상이 되는 환자 중 21.3%만이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 88곳 가운데 21곳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휴업했고, 나머지 기관도 방역을 이유로 가족들의 면회가 금지돼 환자들은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면서 "일상 회복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호스피스 기관들의 복구는 더디고, 고질적인 인력·재정문제로 기관을 폐쇄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런 시점에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조력 존엄사 법안 발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의사조력을 통한 자살이라는 용어를 조력 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시켰을 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합법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이후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 확충의 책임이 있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지원하고 감시하는 데 무관심했던 국회가 다시 한 번 의지없는 약속을 전제로 자살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년 30여만 명의 국민이 사망하고 있는 가운데 간병 살인, 환자와 가족의 동반자살, 아버지의 간병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청년 등 안타까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왜 이들이 적절한 돌봄을 받고 있지 못한지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살률 세계 1위라는 현실 속에서 의사조력자살이 법적으로 허용되면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위험 역시 내포하고 있다"며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존엄한 돌봄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력 존엄사’ 법안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치매 등 다양한 만성 및 말기환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 뒷받침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국회와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발의한 조력 존엄사법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력 존엄사는 환자 스스로 약물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의사가 진정제 투여, 연명치료 중단 등을 통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와 차이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안락사와 조력 존엄사 모두 불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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