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라" vs "어처구니 없다"…출구 없는 동덕여대 내홍
학교, 총학 '사과 요구'에 정면 반박 "어처구니없어, 책임 물을 것"
총학 "면담 요청에 무응답…하고픈 말 학생처에 서면 제출 요구"
경찰, '동덕여대 사태' 19명 신원 특정…"공동재물손괴 등 혐의"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본관 앞에 설치된 조동식 선생(동덕여대 설립자) 흉상이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규탄하는 학생들에 의해 밀가루 및 음식물 등으로 훼손되어 있다. 2024.11.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로 대학 본부와 총학생회 간 내홍을 겪고 있다. 학교 측이 사과하면 본관 점거 해제를 고려하겠다는 총학 요구에 대학본부가 정면 반박하며 돌파구 없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동덕여대는 교무처장인 이민주 비상대책위원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본관 점거를 볼모로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총학생회의 주장을 일축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갈등 봉합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사과'를 학교 측이 거부하면서 내홍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총학생회는 본관에서 철수하는 조건으로 학교 측에 ▲비민주적인 남녀공학 논의 사과 ▲차기 총학생회와 공학 전환 문제 논의 ▲자발적 수업 거부 학생들의 출결 정상화 등을 요구했지만 학교 본부가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 위원장은 "대학 발전을 위한 논의는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서 "교수, 직원, 동문 모두 권리와 책임을 가진 학교의 구성원으로, 일부 학생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논의를 철회하라는 주장은 억지이자 독선"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위법성과 관련해 일말의 반성과 책임감이 없는 총학생회의 태도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더욱이 반대의사를 폭력으로 행사한 당사자가 오히려 대학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억지'나 '독선' 등 강한 어휘를 사용한 비판과 동시에 반성과 책임감이 부재하다는 태도 지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감정 대결로 확산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고조하고 있다.
나아가 불법 행위로 인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재산적 손해와 구성원이 겪는 정신적 피해는 셈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동시에 "점거가 길어질수록 책임은 무거워진다"며 "더 이상의 수업 방해는 용납할 수 없다"며 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총학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입장문을 보니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부터 계속 면담을 요청했는데 계속 무응답하거나 거절하고 있다"면서 "할 말이 있다면 학생처 통해서 서면으로 이야기하라는 식으로만 말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3차 면담이 결렬된 뒤로 면담 요청을 한 지가 어느덧 일주일째"라면서 "이와 관련한 회신은 없으면서 학생과 이야기할 의지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교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경찰은 동덕여대 시위 사태와 관련해 피고소인 21명 중 19명의 인적 사항을 특정해 공동재물손괴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총학생회 학생 등을 피의자로 적시한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 명의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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