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우석 "그럼에도 '가족' 이야기는 세상에 필요하죠"
대 끊긴 만둣집 삼대 이야기 다룬 '대가족'
가족의 시대적 형태와 의미 반영 드라마
"가족은 대한민국 화두…형태·의미 변해"
"전작 변호인·강철비보다 무거운 작품"
"尹 비상계엄 선포 의아한 일이 아닌가"
[서울=뉴시스] 양우석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12.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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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어제 무슨 일이 벌어졌든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는 가족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어느 때보다 가정을 만들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잖아요."
양우석 감독이 연출한 '대가족'은 제목 그대로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다. 스님이 된 아들(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겨 버린 만둣집 사장(김윤석)에게 한 번도 본 적 없던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동안 가족을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진 혈연의 의미를 되짚는 작품은 손에 꼽힌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방면으로 가족의 형태가 변화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영화는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장르다.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양 감독은 "예전에는 친척의 수를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았지만 지금은 아이 한 명이 태어나면 어른이 6~7명씩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면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이러한 고민은 영화 제목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가족'의 대'는 큰 대(大)자가 아니라 대할 대(對)자다. 중의적 의미를 담아 가족의 확장성과 연대를 강조했다. 극 중 스님이 된 문석이 불경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고, 무옥이 세상이 자신을 키워졌음을 깨닫는 장면과 궤를 같이 한다.
"가족이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고 완벽하지 않잖아요. 아마 모든 사람이 가족에 대해 좋든 나쁘든 콤플렉스가 있고 트라우마도 있을 거예요. 가족은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화에는 6·25 전쟁 때 월남해 자수성가한 아버지 무옥과 의대에 다니다 갑작스레 출가한 아들 문석, 그리고 문석을 생물학적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남매가 등장한다. 핏줄에 집착하던 무옥과 아버지를 원망하는 문석은 서로 헤어지지 않기 위해 가족이 필요했던 남매를 만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서울=뉴시스] 영화 '대가족'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11.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양 감독은 "장르로는 코미디나 가족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찍었다"며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결국 '모든 등장인물들이 성장하는 이야기구나'라고 상기시키는 것이 숙제였다"고 말했다.
가족이라는 소재를 다룬 만큼 영화는 배우들의 조화가 돋보인다. 그동안 진중한 이미지를 벗고 코미디에 도전한 김윤석은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한다.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손주들을 먹이고 입히며 젊게 보이려고 흰머리를 염색하는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양 감독은 "김윤석 배우의 장점은 뭘 하더라도 장인처럼 보인다는 것"이라며 "여태까지 출연하신 모든 작품에서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웃으시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 부분까지 거울을 보시면서 다 계산하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감탄했다.
양 감독은 그동안 주로 사회적 메세지가 짙은 영화들을 선보여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티프로 한 '변호인'(2013), 북한의 쿠데타를 소재로 한 '강철비'(2017), 한·미·북 수장이 잠수함의 갇힌 상황을 스크린에 그려낸 '강철비 2'(2020) 등이 그러하다.
[서울=뉴시스] 양우석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12.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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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그가 차기작으로 '대가족'을 집필하고 연출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분분했다. 그러나 '대가족'이 '변호인'과 '강철비'보다 무거운 영화라는 게 양 감독의 얘기다. 그는 "영화감독으로서 지난 10년간 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얘기를 해왔다"며 "가족에 대해 함부로 말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시기에 '갈라파고스의 시기'라고 이름을 붙여요.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사람들이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해석하느냐를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보죠. 모든 사람에게는 갈라파고스의 시기가 반드시 오는데 그런 면에서 '대가족'은 가장 치열했던 존재들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양 감독은 극장의 기능을 강조했다. "일상이 피로하고, 놀랍고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이런 때 극장에서 착한 영화인 '대가족'을 보고서 힐링하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가 2시간 30분 만에 해제한 사태를 반영한 말이다.
그는 "주변에서 걱정을 굉장히 하셨는데 저는 사건을 심플하게 법률사항으로만 봤다"며 "기타 공무원들이 이미 잘하고 계신 상황에서 군인들까지 내려와서 질서를 수습할 일인지 의문이 있었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할 일 없지 않았나"고 웃기도 했다.
"영화 제작 평균 주기가 4년이고 감독끼리 이런 일로 서로를 놀리는데 오히려 이럴 때 일수록 영화가 본질을 더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놀라고 피로하지만 극장에 오셔서 서로 웃고 우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죠. 극장에 오신다는 경험으로 이런 복잡함과 피로함을 씻으시면 어떨까요"
영화 '대가족'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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