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행 중 급착륙, 유독가스 가능성?…블랙박스 확인 전 가설·추측 난무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원인 조사 중
랜딩기어 미작동…"엔진 고장 연관성"
비상선언 후 복행 시도 4분 만에 착륙
"블랙박스 증거 토대로 결론 내릴 부분"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 뒤로 올 해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 2024.12.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회수된 블랙박스에서 빨리 자료를 확보해야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블랙박스 중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자료를 추출하고 있다.
또 다른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의 경우 연결커넥터가 사라진 채로 발견돼 다른 방식으로 자료 추출이 가능한지 사조위가 기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착륙 시도 중 사고 항공기 엔진 폭발 원인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외에도 사고 당시 기체 상황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착륙 당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엔진 고장으로 조종에 문제가 생긴 게 맞물렸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는 탓이다.
실제 랜딩기어가 자동으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수동으로 레버를 조작하면 중력에 의해 랜딩기어가 내려오게 할 수 있으나 당시 사고 영상에는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당초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손상과 랜딩기어 작동은 상호 연동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는 "(항공기의) 두 엔진이 모두 고장 나면 조종간 등 유압 계통 조작에 장애가 생긴다"고 여지를 남겼다.
사고기가 비상선언(메이데이) 이후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떠오르는 복행(Go around)을 완료하지 않고 착륙을 시도한 것도 규명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29일 사고 직전 조종사는 오전 8시54분 활주로 01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관제탑의 '조류활동 주의' 조언을 받은 뒤 8시59분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당시 사고기는 조류 충돌 및 복행 계획을 관제탑에 통보하고 19방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했으나 9시3분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와 충돌 후 폭발했다. 메이데이 선언 후 4분만에 사고에 이른 셈이다.
사조위 보고서를 보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김포공항에서 발생한 비슷한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 3건의 경우 비상선언부터 회항까지 10여분 이상 텀이 있어 공항의 비상 대응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에 불이 나면서 기내로 유독가스가 유입돼 착륙을 서둘러야 했던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관련해 국토부는 "블랙박스를 봐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CVR은 2시간 용량으로 조종석에서 기장과 부기장간 대화,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뿐 아니라 기체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항공기 작동음 등이 담긴다. FDR은 25시간 용량으로 사고 항공기의 비행경로와 각 장치 작동 상태가 기록된다.
CVR의 경우 손상 정도가 덜해 자료 추출에 들어갔으나 FDR은 전원 연결 커넥터가 사라진 상태다. 국내 기술로 자료 추출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로 보내야 해 조사에 상당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당시 조종실이 어떤 상황인지, 랜딩기어 레버 작동을 안 했는지 등은 정확히 블랙박스 증거를 토대로 결론을 내려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합동조사단은 전날 오후부터 사고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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