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기댄 국민연금 재정...국가 책임 강화 요구 커질 듯[연금개혁 본궤도③]
재정계산위, 0.5~1%p 상승 변수 시나리오에 포함
수익률 제고 구체적 방안 및 손실 경우의 수 빠져
출산·실업 크레딧도 기금 투입…"국고 지원 늘려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 이기일(왼쪽) 보건복지부 1차관과 김용하 재정계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0월까지 국민연금 개혁 방안인 종합운용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2023.09.03. [email protected]
그러나 이 역시 또 하나의 미래의 불확실한 변수인 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재정계산위원회가 제시한 모수개혁 18개 시나리오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과 함께 국고 지원 변수가 제외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수는 크게 연금 보험료율과 수급개시연령, 기금 운용 수익률 세 가지다. 구체적으로는 연금 보험료율 12%, 15%. 18% 인상과 수급 개시 연령 66세, 67세, 68세 연장, 국민연금기금 투자 수익률 0.5%p, 1%p 제고 등에 따라 18가지가 제시됐다.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에 기금 운용 수익률이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973조원으로 일본 GPIF(1964조원), 노르웨이 GPFG(1592조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그러나 기금적립금은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0년 1755조원까지 증가했다가 2041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 소진이 예상된다. 최근 10년간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은 4.7%로, 이를 높이면 그만큼 기금 소진 시기가 늦춰진다는 계산이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 변수를 제시하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보다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 기금 투자 유형을 살펴보면 국내주식은 2013년 19.7%에서 2022년 14.1%로 줄었으나 고위험 고수익인 대체투자는 9.5%에서 16.4%로, 해외투자는 18.8%에서 47.9%로 늘어나는 추세다.
박영석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장은 지난 1일 공청회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위험자산 투자 비율을 45%에서 60~70%로 늘릴 수 있다면 장기 평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우수인력 확보 ▲장기근속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 확대를 위한 운용조직 강화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대체투자 등 고위험 고수익 전략으로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 기금 고갈 위험도 그만큼 줄어들지만 그만큼 실패 소지도 있어 불안감도 제시됐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손실에 대한 위기관리 대책이 빠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처럼 국민연금 재정에 대해서도 국가가 기여금을 지원하는 등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공청회에서 "지속가능한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공공성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공적 연금에 가장 낮은 재정을 투입하는 게 한국이다. 조 단위 국고가 들어가는 공무원이나 군인연금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함께 논의돼야지, 가입자 대상 보험료율 높이는 것으로 지속가능성 담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의 밑바탕이 될 재정계산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 제도 운영을 위해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담겼다. 인상하는 보험료율은 12%, 15%, 18%가 제시됐는데 12%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15%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와 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 재정에 직접 국고를 투입하는데 부정적이다. 예산 경직성이 커지는데다 이를 위해 세금을 더 걷는 것 역시 국민들의 부담을 높이는 것은 마찬가지란 이유에서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가는 국민연금 사업을 관리·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실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지원하는 비용은 연간 100억원으로 국민연금공단의 관리운영비 총액(약 5500억원)의 1.8% 수준이다.
소규모 사업장에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과 농어업인 및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사업, 실업 크레딧 등 지원되는 예산은 약 1조원이다. 건강보험공단에는 올해 10조9000억원이 투입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출산, 군 복무, 실업 등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일정 기간 대신 내줘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가입기간 10년(120개월)을 채울 수 있게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전액 국고가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출산 크레딧은 70%, 실업 크레딧은 25%가 국고가 아닌 기금 재정을 투입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재정계산위 보고서에도 출산·군복무 크레딧 제도를 사전지원방식으로 변경하고 인정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포함됐지만 국고 지원을 확대하라는 제안은 빠졌다.
최종균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출산·군복무 크레딧 재원에 대해 "가입기간 확대라든가 향후 논의를 통해 추가적인 재정 확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급여 지급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법에 급여 지급에 대한 보장을 명문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와 재정계산위원회 모두 긍정적이다.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에는 "국민 안심 차원에서 법에 국민연금 급여지급 보장 명문화를 고려할 수 있으며, 연금개혁과 연계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명시됐다.
앞서 조규홍 복지부장관 역시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필요하다면 국민연금 급여 지급보장 명문화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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