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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통상임금 폭탄'…희비 가른 '신의칙'이 뭔데

등록 2021.12.16 17:00:00수정 2021.12.16 17: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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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의칙으로 법정수당 배척해선 안돼" 파기환송

현대重, '통상임금 폭탄'…희비 가른 '신의칙'이 뭔데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최대 7500억원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이 근로자측 승소로 마무리됐다. 가장 주목을 끌었던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은 결국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났다. 이번 판결에 따라 향후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상대로 임금 소송을 진행할 경우 승소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현대중공업 근로자 A씨 등 10명이 한국조선해양(변경 전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는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신의칙은 모든 사회 구성원은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 상 대원칙이다. 근로자들이 통상임금 재산정과 법정수당 추가 지급을 요구하는 사건에서 신의칙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재산정 요구를 들어줄 경우,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롭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근로자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 사건에서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신의칙 위반' 항변을 할 경우 일시적인 경영악화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이나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이 회계법인에 의뢰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경우를 가정해 계산한 결과, 2009년 12월29일부터 2014년 5월31일까지 4년6개월간 근로자 3만8302명을 기준으로 추가 부담액은 6295억718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중공업이 통상임금 소급분을 포함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금액은 총 7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1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며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지난 2012년 12월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짝수 달마다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 700%와 설·추석 상여금 100% 등 상여금 800% 전액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줄 것과 앞선 3년치를 소급해달라"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한 것이 발단이 됐다.

2015년 2월 1심 판결에선 상여금 800% 전액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3년 소급 요구도 받아들였다. 단 임금 소급분은 최소 기준인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는 임금 추가분을 소급해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반면 2016년 1월 2심의 판결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의 상여금 800% 가운데 설과 추석에 지급되는 100%에 대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근로자들이 요구한 3년치 소급분에 대해서도 회사가 주장한 신의칙을 받아들여 지급 의무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판결이 내려지기 전인 2015년 현대중공업의 연간 영업손실은 1조540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선 대법원이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국 근로자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상대로 신의칙을 내세워 법정다툼을 벌인다 해도 승소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은 이전에도 신의칙을 기준으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에서 기아차가 근로자들의 추가 임금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로 기아차 근로자들은 400억원대 임금 차액 지급을 확정받았다.

현대중공업은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7000억원대에 달하는 임금을 다시 한번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의 재판 결과를 확인해야 당사가 부담해야할 통상임금 금액에 대해 정확히 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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