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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선 바보가 된 영웅…'시라노'[이예슬의 쇼믈리에]

등록 2025.01.04 09:00:00수정 2025.01.06 10: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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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시라노'에서 가스콘 용병대 리프라이즈. (사진=RG컴퍼니,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뮤지컬 '시라노'에서 가스콘 용병대 리프라이즈. (사진=RG컴퍼니, CJ ENM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코가 커서 슬픈 영웅이여. 뛰어난 검술가이자 지휘관, 유려한 문장의 낭만 호걸 '시라노'의 영웅담과 사랑 이야기가 5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뮤지컬 '시라노'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뮤지컬은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시인 에드몽 로스탕이 쓴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다. 시라노-록산-크리스티앙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사랑 이야기와 이상적인 영웅상을 다룬 작품이다.

시라노는 시인이자 전사이며 기사도 정신으로 뭉친 광대이자 괴짜다. 매력적인 팔방미인 시라노의 단 한 가지 단점이라면 코가 너무 커서 외모에 자신감이 없다는 것. 이 콧대 높은 영웅은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선 한없이 콧대가 낮아진다. 콤플렉스 때문에 록산 앞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는 그녀가 사랑하는 '크리스티앙'과 맺어질 수 있도록 기꺼이 말재주, 글재주 없는 크리스티앙의 연애편지를 대필한다.

작품은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만큼 음악과 서사, 무대 등 여러 면에서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줬다.

우선 새로운 곡이 추가되거나 수정됐다. 오프닝 넘버인 '연극을 시작해'와 사랑 고백에 실패한 크리스티앙의 솔로곡 '말을 할 수 있다면'이 추가됐다. 시라노가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결혼식을 위해 드 기슈 백작을 막으며 부르는 곡 '달에서 떨어진 나'는 코믹함을 덜고 '웃픈' 상황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시라노'에서 크리스티앙의 이별편지. 최재림과 차윤해. (사진=RG컴퍼니,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뮤지컬 '시라노'에서 크리스티앙의 이별편지. 최재림과 차윤해. (사진=RG컴퍼니, CJ ENM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캐릭터도 강화했다. 시라노의 캐릭터적 특성은 유지했지만 커다란 코 때문에 어릴적부터 놀림받으며 외모 콤플렉스로 고통 받게 된 점을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범접하지 못할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우리 누구나 콤플렉스 없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시라노의 영혼의 동반자 록산은 왕궁 검술사의 딸이라는 설정을 더해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재설계했다. 크리스티앙이 고향을 떠나 시라노가 이끄는 가스콘 부대에 입대하게 된 이유도 풀어 설명했다.

다만 소금과 식량을 싣고 전쟁터에 합류할 정도로 주체적인 여성인 록산이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의 '연애조작'을 못 알아챌 정도로 우둔하게 표현된 점은 서사적 보강이 조금 더 필요할 듯 하다.

겹치기 출연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최재림이 연기하는 시라노는 익살과 안쓰러움, 사랑스러움과 용맹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인기 있는 이유를 입증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시라노'에서 '벨쥐락의 여름'. (사진=RG컴퍼니,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뮤지컬 '시라노'에서 '벨쥐락의 여름'. (사진=RG컴퍼니, CJ ENM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은 2월23일까지 계속된다. 시라노는 최재림·조형균·고은성이, 록산은 나하나·김수연·이지수, 크리스티앙은 임준혁·차윤해가 맡았다.

★공연 페어링 : 코코뱅

'시라노'는 세 남녀의 삼각관계 이외에도 스페인과의 전쟁 등 작품의 배경이 된 17세기 프랑스의 사회 모습을 비중 있게 다뤘다. 부를 소유한 왕실과 귀족들, 수 차례의 전쟁과 내부 갈등으로 어렵게 사는 서민들의 대비되는 상황을 풍자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시라노' 패스츄리와 시. (사진=RG컴퍼니,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뮤지컬 '시라노' 패스츄리와 시. (사진=RG컴퍼니, CJ ENM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대표 가정식인 '코코뱅'은 '와인에 빠진 수탉'이라는 뜻으로, 닭을 와인에 졸인 음식이다. 우리나라 음식으로 치면 찜닭 혹은 닭볶음탕과 비슷하다.

부르봉 왕가의 시초 앙리4세(재위 1589~1610년)는 교회를 가는 일요일만이라도 백성들이 닭고기를 먹게 해주겠노라 공약했다고 한다. 코코뱅이 앙리4세의 말로 탄생한 음식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17세기 무렵부터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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