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딸 끌어안는 이재명식 통합 외면받는 이유
[서울=뉴시스]조재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3일 국회로 복귀한다. 단식 농성으로 당무를 놓은지 한달 여 만이다.
복귀를 지켜보는 정치권 최대 관심사는 이 대표가 이른바 '체포안 가결파'를 내치냐 끌어안냐에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 대표가 가결파를 포용하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체포안 가결 사태 후 한 달 가까이 저울질한 끝에 가결파 의원들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마음이 기운 듯 하다. 이 대표는 최근 당 지도부 인사 다수에게 이 같은 의중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결파로 분류되는 설훈·이상민·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5인에 대한 당원들의 징계 청원 사태도 일단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진정성이다. 당내 기대감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이 대표가 반대파를 끌어안겠다는 기조인데도 시큰둥한 반응이 대다수다. 민주당은 '어차피 안 된다'는 무력감에 이미 잠식돼 있다. 이 대표 취임 후 지난 1년여 간 통합 메시지가 공염불에 그친 경험이 반복된 탓일 터다. 지난 3월엔 비명계를 중용한 탕평 인사를 하는가 하면, 6월에는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변화를 꾀하는 듯한 모습이 지속적으로 보였지만 매번 결과는 같았다. '도로 친명계'다. 결과적으로 지금 당 지도부를 둘러보면 그야말로 친명계 일색이다. 특히 최근 체포안 가결을 계기로 비명계 원내지도부가 사실상 축출되는 사태까지 벌어진 마당에 이 대표가 내건 통합 메시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이재명식 통합엔 함정이 있다. 모두 알고 있지만 외면할 뿐이다. 이 대표가 징계 여부를 저울질하는 쪽은 비단 가결파뿐만이 아니다. 윤리심판원 징계 테이블엔 강성 지지층인 '개딸'도 올라 있다. 대표적 강성파인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이 비명계를 겨냥한 공격적 언사를 쏟아내 당 윤리규범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8월 윤리심판원에 넘겨진 상태다. 양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 논의는 '현재진행형'. 이 대표가 만일 가결파를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같은 논리에서 양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 논의도 같은 결론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실제 윤리심판원에 관여된 당 관계자도 "공격적 언사를 쏟아내는 것은 양쪽(개딸·비명계) 다 마찬가지인데 어느 한쪽만 어떻게 징계를 할 수 있겠나"라며 "가결파 징계가 어렵다면 양 전 위원장 징계도 어렵다"고 봤다. 통합이란 미명 아래 또 다시 서로 머리채를 붙잡고 총선까지 걸어가는 그림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통합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자 최대 난제는 '개딸'이다. 비명계를 겨냥한 이 대표 극성 지지자들 행태가 도를 넘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최근 이 대표 체포안 가결 후 한 비명계 인사가 살해 협박을 받은 것만으로도 논쟁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들이 칼춤판을 계속해서 키운다는 점이다. '개아빠' 이 대표의 침묵 속에서 말이다. 가결파에 대한 윤리심판원 징계가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두고 볼 이들이 아니다. 가결파를 처단하라는 개딸들의 압박 수위는 계속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가결파가 징계 문턱을 넘어도 공천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그저 비명계의 피해 망상이 아닌 이유다.
이 대표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통합으로 가기 위한 진짜 입력값은 징계 무산이 아니다. 답을 알면서도 또 다시 오답을 써낼지 이 대표의 답안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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