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스코 파업이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창립 55년만에 포항제철소가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몰렸다. 포스코 노사는 24차례나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결국 총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노조는 이 협상에서 일관되게 사측이 임금 인상에 대해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고, 조합원들의 임금도 바닥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올해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달성 성과급 200% 신설 등 23건을 요구했다.
사측 계산에 따르면 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1인당 9500만원의 추가 임금을 줘야한다. 이는 포스코 연간 인건비 총액의 70%를 넘는 금액으로, 사측은 파업을 막으려면 1조6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포스코보다 임금이 낮았던 한국철강이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2100만원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업무 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최근 수 년간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은 경쟁사 대비 턱없이 낮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조의 총파업 강행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근로조건에 관한 쟁의 행위는 법이 부여한 노동자의 엄연한 권리임에도 불구, 포스코 노조의 단체행위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데다 올해 요구하는 금액이 '상식 밖'으로 높기 때문이다.
60만원 수준의 포스코홀딩스 주식 100주를 지급해달라는 요구가 단적인 예다.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진이 올해 스톡 그랜트로 1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받은 만큼 직원들에게도 자사주 100주를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노조 주장처럼 주요 임원진이 스톡 그랜트로 주식을 챙긴 부분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조원 1인당 6000만원 주식을 요구한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힌남노 태풍으로 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고, 올해는 국내외 경기침체로 수익성 악화에 처한 상황이어서 노조의 주식 요구는 더 명분이 없어 보인다.
기본급 13.1% 인상 요구도 뒷말이 무성하다. 노조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2.6%, 물가상승분 5.1%, 3년간 임금손해분 5.4% 등을 고려해 기본급 인상률을 산정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분을 단순히 더해 1억800만원을 평균 연봉에서 1000만원 이상의 연봉 인상을 요구한 것인데 이런 계산법이 맞는지 의문이다.
일반 근로자들은 노사 협상을 통해 연간 100만원의 연봉 인상도 쉽지 않다. 국세청 기준으로 2021년 근로자 평균 연봉은 4024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 연봉이 1억2100만원인 포스코 노조의 요구는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노조가 파업을 볼모로 터무니 없는 월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시나리오는 둘 중 하나다. 노조 요구가 관철되거나 아니면 사측이 한 발 더 물러서면서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둘 다 포항제철소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철강이 산업의 쌀'이기 때문에 총파업을 진행하면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총파업 강행으로 초래될 사회적 분열과 갈등,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으로 인한 협력사들의 피해는 과연 누가 책임 질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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