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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호중 '반성한다'더니 몰래 출석·귀가 버티기 '모순'

등록 2024.05.22 16:53:49수정 2024.05.22 17: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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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호중 '반성한다'더니 몰래 출석·귀가 버티기 '모순'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김호중의 사과는 어떤 의미였을까. '술잔을 입에 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며 음주 사실을 줄곧 부인해 온 김씨는 지난 19일 돌연 음주 운전을 했다며 사과했다.

유흥주점에 방문하고, 식당에서 주류를 주문한 점 등 숱한 음주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일관하며 대중의 분노를 자아내던 그였다.

예정된 공연을 강행한 뒤에야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석연치 않은 구석은 있었지만,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겠다고 공언한 점은 환영할 만했다.
 
하지만 경찰에 출석한 당일에도 취재진의 질문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며 김씨는 대중에게 또 한 번 실망을 안겼다.

전날(21일) 김씨가 출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남서 출입구 앞에는 취재진들이 몰렸다. 거짓말을 인정한 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서는 자리인 만큼 이날 김씨가 사건의 전말과 심경 등을 밝힐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취재진의 포토 라인을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몰래 출석했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기자들이 철수할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며 5시간이 넘도록 귀가를 거부하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오후 10시40분께 경찰서 1층 로비로 나선 김씨는 "죄를 지은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냐"며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있으면 성실히 받겠다"고 짧게 밝힌 후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매니저에게 직접 허위 자백을 지시했는지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미 사과문을 통해 음주 사실을 인정한 마당에 언론을 통해 다시 입장을 밝히는 일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고 당시 조치를 하지 않고 도망한 이유가 공황 장애 때문이라고 밝힌 만큼, 강남서로 몰려든 취재진과 대면하는 일이 정신적으로 부담이 컸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판을 키운 건 김호중 본인이다. 자수라는 쉬운 길을 두고 사건 은폐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대중에게 거짓말을 일삼았고, 소속사까지 합심해 여러 사람을 범죄에 끌어들였다.

김씨는 이제 막 자신의 음주 사실을 밝혔을 뿐이다. 아직 매니저가 허위 자백한 과정에 김씨가 얼마나 가담을 했는지, 사고 당일 17시간 동안 잠적을 하고 호텔에 숨어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음주 측정의 객관성을 훼손하기 위해 사고를 낸 뒤에 또 술을 마신 것인지 등 김씨가 소명해야 할 혐의는 산적해 있다.

19일 김씨의 변호를 맡은 조남관 변호사는 김씨가 음주를 시인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팬들의 신뢰이며, 이를 지키려면 정직이 최고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증거나 법리를 이용해 죄를 축소하려 하지 않고 죗값을 치르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예정된 공연을 강행하고 취재진의 취재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까지 김씨의 태도에 변한 건 없어 보인다. 김씨의 사과문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미 많이 돌아왔다.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김호중을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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