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이어 '아이리버'도 매각한 SKT, 왜?
드림어스컴퍼니, '아이리버' 등 디바이스 사업 매각
"IP 유통·제작 확대, 플랫폼 역량 결합 등 밸류업 주력"
아이리버, SKT 인수 10년 만에 새 주인 만나
[서울=뉴시스] 아이리버 '엠플레이어'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SK가 포털 '네이트'에 이어 음악 재생 기기 브랜드 '아이리버'도 떠나보낸다. 2000년대 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뒤흔들었던 기업을 인수했으나 음원 유통과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드림어스컴퍼니(SK스퀘어 관계사)는 전날 디바이스 사업 부문을 부동산 임대 기업인 미왕에 매각했다.
디바이스 사업은 하이엔드 오디오 '아스텔앤컨'과 라이프스타일 디바이스 '아이리버' 기획·생산·유통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매각 금액은 50억원이다.
잡스·게이츠도 주목한 韓 MP3 명가, SKT와 손잡다
[서울=뉴시스]아스텔앤컨 ACRO BE100.(사진=드림어스컴퍼니 제공) 2021.11.5 [email protected]
아이리버는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플래시 메모리형 MP3 기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한국 1세대 벤처기업 성공신화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아이리버 기기 중 하나인 'iFP-300'은 시리즈는 100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2004년 국내 점유율 75%, 세계 점유율 25%를 기록했다.
당시 MP3 플레이어 경쟁 제품 '아이팟'을 판매하던 애플도 아이리버 공세에 긴장할 정도였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아이팟 신제품 출시 회견장에서 "우리의 경쟁작은 아이리버"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2005년 CES 개막 연설에서 아이리버 제품 'H10'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아이리버는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하락세를 걸었다. 내비게이션, 전자사전, 블랙박스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스텔앤컨' 등 무손실음질을 지원하는 고가 음향 기기 사업으로 반등을 노리던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 손을 내 건 기업이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앱, 스마트폰 주변기기 등 스마트폰 앱세서리(액세서리와 앱의 합성어)를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2014년 아이리버를 295억원에 인수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SK 텔레콤이 31일 오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에서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NUGU)와 전용 기기를 공개하고 있다. '누구'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한 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스마트홈 등과 연동, 조명, 제습기, 플러그, TV 등 가전기기제어, 음악 추천 및 자동 재생, 날씨, 일정 등 정보안, 스마트폰 위치 찾기 등 다양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한다. 2016.08.31. [email protected]
음질 연구에 집중하던 아이리버는 SK텔레콤과 합작해 국내 최초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NUGU)'를 개발했다. 2017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지분 교환 등을 통해 당시 아이리버 2대 주주로 맞았다. SM엔터와 함께 JYP, 빅히트 등과 음원 유통 사업도 시작했다.
이와 함께 SK테크엑스가 운영하던 음원 서비스 '뮤직메이트'를 이어받아 2018년 12월 '플로(FLO)'를 시작했다. 플로는 SK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에게 요금제 부가 혜택으로 제공하면서 현재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 4위까지 성장했다. 2021년에는 사명을 드림어스컴퍼니로 바꾸며 이미지 쇄신도 노렸다.
"음악 사업 중심 밸류업 위한 선택"…아이리버 새 주인은 부동산 회사
[서울=뉴시스] 드림어스컴퍼니 CI (사진=드림어스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드림어스컴퍼니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유튜브 뮤직 등 글로벌 음원 플랫폼 공세로 영업익 적자를 겪고 있다. 드림어스컴퍼니 지난해 매출은 2703억원, 영업손실은 35억원이다. 2년 연속 적자다. 지난 상반기에도 매출 1210억원, 영업손실 44억원을 기록했다. 드림어스컴퍼니는 아티스트 머천다이즈(MD), 공연 굿즈 등 지식재산(IP) 연계사업 실적 호조와 함께 적극적인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며 올해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음악·엔터 중심으로 비즈니스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결국 아이리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자 포털 '네이트' 운영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를 매각했는데 드림어스컴퍼니의 이번 매각도 SK그룹의 '리밸런싱' 기조 영향으로 보인다.
드림어스컴퍼니는 지난 9월 오디오 콘텐츠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 돌핀 청산을 포함해 비수익 국내외 자회사 4곳을 정리하며 모기업인 SK스퀘어 포트폴리오 비핵심자산 유동화를 통한 밸류업 기조에 발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지식재산(IP) 유통과 제작을 강화하고 IP에 AI 역량을 결합한 솔루션 개발과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통해 엔터테크 기업으로서 회사 밸류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과의 협력을 지속 강화하고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오토모티브 파트너들과의 제휴를 통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김동훈 드림어스컴퍼니 대표는 "뮤직·엔터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한 사업 효율화와 기술 역량 강화로 고객에게 AI 기반의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엔터테크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왕은 1966년 설립된 부동산 전문 회사다. 기업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으로 삼고자 드림어스컴퍼니의 디바이스 사업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미왕 측은 "부동산 외적인 분야에 신규로 투자할 사업을 검토하고 있던 차에 기회가 돼 (인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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