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지만 유족은 오죽할까" 참사 그늘 속 무안군민 '속앓이'
참사 목격한 충격 채 가시지 않는데 음모론 '희생양'
사이렌 불빛에 '깜짝깜짝'…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 커
"충격에 밤잠 설쳐" "유족 마음 얼마나 아플까" 위로
의료계 "사회 모두 희생자·유족·목격자 치유 도와야"
대참사를 눈앞에서 지켜본 전남 무안국제공항 인근 주민들에게 올 연말연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겹다.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와 가족 잃은 슬픔에 젖은 유족을 떠올리면 내색하기 어렵지만 차마 말 못할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공항 활주로에서 300m 남짓 떨어진 수산물직판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참사 나흘 전 그날만 생각하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A씨는 사고 여객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시설물을 정면 충돌,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영상으로 촬영한 목격자다.
A씨가 촬영한 영상은 사고 전후 기체 상태와 비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사고원인을 추정하는 주요 단서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지만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각에서 공격받고 있다.
'어떻게 사고 순간을 미리 기다렸다는 듯 찍었느냐'는 음모론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A씨는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가뜩이나 사고 순간이 한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돈다. 그때 받은 충격이 여전한데 이제는 '간첩' 소리까지 듣고 산다.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망운면 한 농협마트에서 일하는 B씨는 "연일 경찰차든 소방차, 국과수 차량이 오가며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유족들 앞에서 할 소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 싸이렌 불빛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동네 어딜 가나 사고 소식이나 희생자를 안타까워하는 이야기들 뿐"이라고 말했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29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에서 소방 당국이 착륙 도중 충돌로 추정되는 사고가 난 여객기 주변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운수업 종사자 무안읍 주민 C씨는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뭐라도 도울 일이 없나 무작정 현장으로 뛰어갔다. 오전 10시 무렵이었는데 공항 울타리 주변으로 채 수습되지 않은 희생자나 '캐리어' 같은 유류품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처참한 광경을 보고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 요 며칠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졸지에 가족 잃은 유족들은 얼마나 황망하고 힘들겠느냐. 그 입장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 힘들다' 하기도 참 미안하다"고 했다.
무안읍내 한 식당 업주는 "우리 지역에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으니 여기 사는 주민들도 다들 왁자지껄 떠들고 노는 것은 꺼려 한다. 사고 수습 관계자나 유족들도 종종 식사하러 오면 아무래도 반찬이라도 더 내려 한다. 함께 마음 아파하는 지역민으로서 유족들을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참사 직후 의료계는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 그리고 이 사고로 충격을 받았을 많은 이의 마음 고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은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사회적 지지는 재난 트라우마 회복의 핵심"이라며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 자리에서 재난의 수습과 복구, 재난 경험자의 회복을 위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생존자와 유가족 등에 대한 혐오와 비난, 2차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꾸준히 관심과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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