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문제"·"질문 거부" 체육회장 후보들, '3선 도전' 이기흥에 날선 비판
IOC 내세운 이기흥 후보 "딸 문제 선거 때마다 거론"
강신욱, 유승민 탁구협회장 시절 문제 삼으며 대립각
[서울=뉴시스] 대한체육회장 후보. (사진 = 대한체육회장 선거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정책 토론회가 4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체육회장 선거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선거에 입후보한 이기흥 현 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태선 전 서울특별시체육회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이상 기호순)가 참석했다.
각 후보가 정책을 논의하는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은 이기흥 후보를 향한 질문 순서였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를 통해 수장에 오른 뒤 2020년 연임에 성공한 이기흥 후보는 3선에 도전한다.
이기흥 후보는 체육회장 재직 시절 정책 등을 놓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었고, 각종 비위 의혹으로 검찰,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이기흥 후보의 3선 도전을 두고 적잖은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 야권 후보들은 3선을 저지하고자 단일화를 논의했으나 불발된 바 있다.
각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설명한 뒤 나머지 후보가 질문하는 순서에서 김용주 후보는 이기흥 후보를 향해 체육회의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성을 문제삼은 뒤 "문체부와 갈등, 국민과의 소통 부재로 인해 체육회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태선 후보는 "지난 선거에 이기흥 후보가 체육회에 매년 35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가져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학생 200명당 1명씩 체육 지도자를 배치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대립하고, 부정과 비리로 신뢰를 잃어서 체육회를 어렵게 만든 탓에 지키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짚었다.
비위와 관련해 이기흥 후보는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이야기다.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23. [email protected]
이기흥 후보는 "내가 회장에 취임한 2016년 당시 예산이 2000억원이었는데 지금은 5000억원대로 증액됐다"며 "또 2020년 2800명의 생활체육 지도자를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학교 체육에 200명당 교사 1명씩 배치하는 문제도 법안을 내서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유승민 후보도 예산을 문제 삼았다. "예산은 늘었지만 현장은 그대로다. 체육 지도자들은 아비규환"이라며 "올해 체육회 예산은 2900억원으로 확정됐는데 5000억원에서 2900억원이 되는 동안 무엇을 했나. 또 어떤 계획이 있나"라고 물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답한 이기흥 후보는 "문제는 정부의 간섭이다. 규제 때문에 NFT(대체 불가능 토큰) 사업과 스폰서십을 할 수가 없다"며 "현재 문체부가 예산 승인권을 가지고 지방 체육회에 직접 교부하겠다고 하는데, 불가능하다. 다시 돌아올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 순서였던 강신욱 후보는 급기야 질문을 거부했다. 그는 "이기흥 후보에게 질문하지 않겠다"며 질문 순서를 넘겼다.
이기흥 후보는 현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점을 내세우려는 듯 이날 오륜기가 새겨진 넥타이와 배지를 착용하고 토론회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넥타이와 배지를 착용했고, 핵심 공약도 IOC라는 글자를 활용했다.
지난해 각종 비위 의혹으로 체육계가 몸살을 앓은 가운데 대한탁구협회장을 지낸 유승민 후보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유승민 후보와 단일화 논의도 했던 강신욱 후보는 "정책 검증에 앞서서 도덕성 관련 질문을 드려 미안하다"면서 "탁구협회장 선거 때 불거진 내용이다. 탁구협회장 재직 중 후원금을 받아서 임원의 인센티브로 주고, 국가대표 선수를 바꿔치기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명쾌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IOC 위원이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26. [email protected]
유승민 후보는 "준비된 자료가 있지만, (답변 시간인)1분 내에 설명드리기 힘들다. 탁구협회장 재직 시절 10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유치했는데 이걸 혼자 했겠나. 탁구인의 염원을 담아 모든 탁구인이 함께 유치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며 "탁구인들의 노력과 염원을 폄하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 "이렇게 근거없는 네거티브를 하실 줄은 몰랐다. 근거없는 이야기라면 강신욱 후보도 도덕적 책임을 지셔야한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오주영 후보도 임원들의 인센티브를 문제 삼았는데 유승민 후보는 "강신욱 후보님의 네거티브한 질문과 흡사하다"고 답변한 뒤 "내가 회장이 되기 이전 탁구협회가 모 에이전시와 게약이 돼 있었는데 당시 후원 유치금의 15~20%를 보수로 줘야했다. 이것보다 낮은 비율로 임원들의 후원 유치를 독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용주 후보의 경우 "유승민 후보는 IOC 위원으로 체육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체육회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했는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후보는 "체육회 차원의 IOC 위원 지원실이 있지만 어떤 정보나 협력을 받은 사실이 없다. 체육회 당연직 대의원으로 활동했지만 체육회 정책에 깊숙하게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나 기회가 많이 없었다"면서도 "다만 현장이 이렇게 어려워질 때까지 뭘 했느냐는 지적에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한편 체육회장 선거는 오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며 선거인단 2244명의 투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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