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체포 경찰 일임" 번복한 공수처…수사 역량·의지 불신 키워
이재승 차장 "경찰이 해야 수사 효율 높아져"
반나절만에 선회…"공조본 체제 하 집행할 것"
수사 불신만 늘어…"일방적 통보는 받기 어려워"
[과천=뉴시스] 고범준 기자 = 오동운 공수처장이 2025년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1.01. [email protected]
공수처는 6일 오후 3시42분께 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 영장 집행 관련 "향후 공조본 체제 하에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형사소송법 등 자체 법리검토 결과 영장집행 지휘권이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며 "다만 본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아니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직접 기자들 앞에서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 현장 지휘체계 통일성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집행을 일임함으로써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8시31분께 '경찰 일임' 입장을 낸 지 7시간여 만에 경찰과 협의해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오락가락 행보가 수사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초 현행법상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공조 관계에 있는 경찰마저 공수처와 다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수사 역량 부족 등 윤 대통령 수사 주체를 자처하고 나섰을 때부터 제기된 우려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수처는 4년 동안 공소제기한 사건이 4건에 불과할 만큼 사건처리 경험이 많지 않고, 차장 포함 검사가 15명에 불과해 현직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더해 '법원이 인정해서 발부한 영장에 대해서 이런 방식으로까지 집행을 막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인력이 30여명에 불과해 현 상황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이날 공수처 발언을 두고는 수사력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평가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호를 받고 있는 국가최고통치자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가 일주일이라는 영장 기한 내에 한 차례 집행 시도에 그친 점,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협조 요구 공문을 보내고, 경찰에 집행을 일임하겠다고 나선 점 등을 들어 수사 의지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입장을 내고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수사 역량이 부족했다면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강한 의지와 결기라도 보여주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공수처는 이제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신병확보에 매진하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