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삼성SDI 목표가 잇단 하향…이유는
새해 들어 증권사, 삼성SDI 목표가 잇단 하향
'전기차 캐즘' EU·美 정책적 변화에 우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10일 서울시내 한 지하주차장에 운영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전용 충전구역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화재 사고 우려로 인해 수입 전기차 등록 대수가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8∼9월 신규 등록된 수입 전기차는 68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1% 감소했다. 2024.10.10. [email protected]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기존 50만원에서 32만원으로 낮췄다. 앞서 2일에는 삼성증권이 삼성SDI의 목표가를 46만원에서 36만원으로, 3일에는 NH투자증권이 37만원에서 33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올해 초부터 전문가들이 삼성SDI의 목표가를 하향한 배경에는 주요국들의 전기차 관련 정책적 변화가 전기차 업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에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SDI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4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27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지난해 4분기 삼성SDI가 각각 2010억원, 25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삼성SDI의 매출은 3조8000억원, 영업익은 667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전망"이라며 "BMW 등 유럽 고객 매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형전지 매출 부진에 따른 적자 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삼성SDI의 매출은 17조5000억원, 영업익은 1조450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영업익 1조5200억원)를 하회할 "이라며 "기존 전망치(매출 20조원, 영업익 2조8000억원) 대비 큰 폭의 하향 조정은 중대형전지 부문 핵심 고객인 BMW의 판매 부진과 전방 시장 약화에 따른 미국 고객사의 보수적인 판매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중 유럽연합(EU)이 배기가스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기차 시장에는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1월 EU집행위원장의 자동차 업계 간담회 이후 CO2(이산화탄소) 초과 배출에 대한 벌금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배출 허용량은 예정대로 감소하나, 벌금 규정만 완화된다고 가정해 성장률 하향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도 "올해 시행이 예고되었던 탄소 배출 규제가 완화되며,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서둘러야 할 니즈가 약화됐다"며 "유럽 내 주요 고객사의 강도 높은 재고 조정으로 인해 삼성SDI는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전기차 지원 축소 정책 기조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인수위원회는 바이든 정권이 도입한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폐지와 배기가스 및 연비 기준을 2019년 수준으로 완화할 것을 권고한 상황이다.
주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미국은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가 예상되면서 관련 수요가 둔화될 전망"이라며 "수요 부진 및 고객확보 지연으로 소형전지 부문의 적자가 상당 기간 지속돼 삼성SDI 실적에는 부담 요인"이라고 짚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SDI는 EV 배터리 소싱 전략을 기존 파우치 타입에서 각형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2027년 미국 내 각형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합작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BMW는 유럽 내 각형 배터리 공급선이었던 노스볼트(Northvolt)의 양산 차질로 인해, 유럽에서 각형 공급망을 두고 있는 삼성SDI의 물량을 확대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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