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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동안 21명 사망…'택배기사의 비극' 언제 멈추나

등록 2021.03.26 14:49:54수정 2021.03.26 14: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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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회적 합의기구 결성…1차 합의문

분류작업 개선 등 과로 문제 해결책 나와

노동자는 "현장선 안 지켜"…불참 회사도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있다. 2021.02.0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있다. 2021.02.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합의기구)가 지난 1월 1차 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여전히 택배노동자들 사이 과로로 추정되는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택배 노동자 단체는 현장에서 이 합의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합의기구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택배사도 있는 등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2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4일 CJ대한통운 경주터미널 소속 택배노동자 이모(59)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씨는 이날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뇌의 출혈과 부종이 심해 수술 가능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로 알려졌다.

약 12년차 경력의 이씨는 쓰러지기 전까지 경상북도 경주 지역의 택배 배송 업무를 담당했고, 하루 평균 200~250개 배송을 했다는 것이 대책위 설명이다. 1개월 평균으로는 5500~6000개에 달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경주는 도농 복합지역이기 때문에 일평균 이동 거리가 100㎞ 정도 된다"며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로 하루 12시간, 주 6일을 일한 것으로 안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과로가 된 것"이라고 했다.

원인이 과로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들 사망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연령이나 건강상태 등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들도 많고, 모든 사고를 과로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택배노동자들이 비슷한 처지에서 일하다 쓰러지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1.03.08.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1.03.08. [email protected]

정치권과 택배사, 택배노동자, 소비자, 화주, 정부 등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합의기구를 결성했고, 지난 1월에는 1차 합의에 도달하기도 했다.

1차 합의에는 실질적인 과로 방지대책을 위한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범위 및 분류전담인력의 투입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의 수수료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조건 ▲택배비 ·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는 택배노동자의 최대 작업시간을 주 60시간, 일 12시간으로 하고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밤 9시 이후 심야배송을 제한하는 안도 포함됐다.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의 기본 작업범위에서 제외시키는 게 골자다.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투입해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1차 합의 이후에도 택배노동자가 쓰러지는 사고는 계속됐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에서 일하던 쿠팡 소속 택배노동자 이모(48)씨가 혼자 살던 고시원 근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극단적 선택으로 볼 만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로젠택배 소속 택배노동자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올해 들어 과로사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 사망 사고는 총 5건이라고 대책위 관계자는 전했다. 대책위 차원에서 조사한 지난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사망사고는 16건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현재까지 21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고, 그 원인이 모두 과로로 추정된다는 얘기다. 현재 3월 하순이고 지난해 전체를 더해도 16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이다.

이런 사고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대책위는 현장에서 합의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택배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있다고 변명한다"면서 "현장에선 (합의안을 지키지 않는) 편법과 꼼수가 난무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있다. 2021.02.0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있다. 2021.02.09. [email protected]

그는 "경비 절감 차원에서 안 지키는 것"이라며 "분류작업과 관련해서도 기사(택배노동자)가 돈을 낸다거나 형식적으로 대리점 소장이나 사무 보조원들이 분류인력 명단에 올라가, 점검 나올 때만 조끼 입고 일하는 척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이어지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현재 사회적 합의기구에 소속돼 있지 않은 일부 택배사들의 존재를 지목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일부 택배사는 합의기구 자체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 "합의기구에서 결정된 사안을 한 업체가 지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참여 업체들은 '경쟁력'을 들어 합의안을 안 지키려 한다"고 했다.

한편 대책위는 합의안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를 모아 지난 23일 국토부와 택배사들에게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주일 정도 유예기간을 둔 후 그래도 잘 안 되면, 이를 공개하고 규탄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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