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참사 또 인재?…허술한 법체계 화(禍) 키웠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6일 오전 7시 32분께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요양병원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18.01.26. (사진=국제신문 제공) [email protected]
세종병원, 스프링쿨러 의무 설치 해당 안돼
2014년 이전 건설 요양병원 올 6월말까지 갖추면 돼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26일 오후 현재까지 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밀양세종병원 화재는 제천 화재 참사에 이은 반복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5분께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화재가 최초에 발생한 이후 사망자와 부상자가 급속히 늘어나 오후까지 100명이 훌쩍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 이후 한달여 만에 발생한 대형화재 참사다.
이번 밀양 화재의 자세한 상황과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병원내 스프링쿨러 미설치, 유독가스 미배출 등 허술한 법체계가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제천 참사때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 100명 이상이 입원하고 5층짜리로 지어진 의료시설임에도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브리핑에서 "해당 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종병원을 운영 중인 효성의료재단도 "(의료법상) 스프링쿨러 설치 의무 면적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29명의 목숨이 희생된 제천 참사 당시 건물내 356개의 스프링클러가 모두 작동치 않아 피해를 키운것처럼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이번의 경우에도 스프링쿨러 미설치가 피해자를 다수 발생시킨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시행령에서 근린생활시설(세종병원은 건축법상 1종 근린시설)은 연면적 5000㎡ 이상이거나 수용인원이 500명이상일 때 의무적으로 스프링쿨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세종병원은 연면적이 1489㎡로 이 기준에 미달한다. 수용인원도 시행령에 명시된 산정방법을 적용하면 496명(연면적/3㎡)으로 기준을 벗어난다.
특히 지난 2014년 7월 장성 전남요양병원 화재 이후 요양병원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그전에 지어진 병원은 올 6월30일까지 갖추면 된다.
이와관련 소방당국은 병원의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여부와 별도로 화재 발생 직후 경보음이 울렸는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불과 한달전 제천 참사와 동일한 유형의 대형화재가 되풀이되면서 정부와 소방당국의 안전시스템과 행정 미숙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도 못한다는 비난 여론이 나오고 있다.
제천 참사 이후 드러난 수많은 불법과 무관심에 대해 정부와 각계각층에서 화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수박 겉핥기식 소방안전점검과 불법주차로 인한 소방차 진입 불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안전불감증 등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쉽게 끊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대형화재가 발생할 때 마다 법이 정해지는데 법이 소급이 안 된다"면서 "병원과 목욕탕,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정부가 소방시설 설치 관련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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