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불륜증거 확보 위해 안방에 녹음기 설치한 남편…선고 유예
"배우자 부정에 분노 못 참아, 범행 동기 참작할 만한 사정있어"
혼인파탄책임 남편에 돌려…'징역 6개월에 1년 자격정지', 형 선고 유예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는 13일 통신비밀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 대한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고 형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행이 경미한 범인에 대해 일정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형법 제59조 제1항에 따라 1년이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A씨는 배우자 B씨의 불륜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1월18일 자신의 거주지 안방에 녹음기를 설치해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혐의와 같은 달 20일 B씨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녹음된 내용을 직장동료들에게 들려주며 불륜관계라고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설치된 녹음기에는 "○ ○ 같아" 등 성관계 갖는 과정에서 한 말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 B씨의 직장동료인 C씨는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16차례나 A씨의 주거지에 침입한 사실이 인정됐고 C씨와의 성관계 소리가 녹음된 파일에는 딸의 기침소리도 함께 녹음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몰래 녹음하게 됐고 순간적으로 극심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명예훼손 범행에까지 이르게 됐다"며 "범행 동기 및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말미암아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고통을 겪게 됐고 결국 이혼해 앞으로 어린 딸을 홀로 양육할 책임을 부담하게 됐지만 아내 B씨는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수사 단계에서부터 일관해 범행을 자백하지 않고 부인한 것은 사실이나 부정행위를 확인하고 느꼈을 배신감, 불륜관계임이 밝혀진 후 B씨와 C씨가 보인 태도 등 여러사정을 참작해보면 형을 선고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은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며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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