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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150만 마리 오는데 경로 예측 어려워…'조류 충돌' 우려 커진다

등록 2024.12.31 06:30:00수정 2025.01.01 13: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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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조류 충돌에 랜딩기어 이상 지목

국토부, 신중한 입장이지만…조류충돌 잦아 우려

공항 입지 최적 '바닷가'=조류 서식지…충돌 위험

이동 경로 예측 쉽지 않고 12~1월 개체수 증가도

전문가들 "철새 관리·비행 안전, 종합대책 마련을"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지난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지난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전병훈 수습 기자 =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랜딩기어 미작동이 지목되면서 조류 충돌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리적 특성상 철새가 많이 서식하는 바닷가 인근에 공항이 위치하고 있는 데다 새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겨울 철새 도래까지 증가하고 있어 철새 관리와 비행 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항공 당국이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고장과 이에 따른 랜딩기어 이상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사고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다가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고를 줬고, 얼마 안 있어 조종사가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승무원 중 1명도 사고 원인과 관련해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착륙 직전 한 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뒤 폭발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구조대에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국토부는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이상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주 실장은 "조류 충돌, 랜딩기어 오작동 등 여러 문제가 나오는데 조사를 명확히 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다"며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은 상호 연동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비행기와 조류 충돌이 적지 않게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공항공사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6년간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전국 14개 지방 공항의 조류 충돌 건수는 총 559건이었다.

공항별로는 김해공항이 147건으로 가장 많고 김포(140건), 제주(119건), 대구(38건), 청주(33건), 광주(30건) 등의 순이었다. 무안공항은 10건에 그쳤지만, 운항 편수(1만1004편) 대비 발생률은 0.09%로 가장 높았다.

인천국제공항도 조류 충돌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2월에는 막 이륙해 17피트(약 5.2m) 떠오른 항공기 엔진과 랜딩 기어에 새가 날아들었고, 6월에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항공기 전면에 새가 부딪히면서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항 인근에서 비행기와 조류 충돌이 잦은 것은 장애물이 없고 소음 피해가 적은 바닷가를 최적의 입지로 꼽는 공항과 이를 서식지로 삼는 조류의 이동 경로가 겹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이 위치해 있는 곳은 대부분 도심이 아닌 한적하거나 탁 트여 있는 바닷가나 강변"이라며 "이런 곳은 새가 조개 등 먹이 활동을 하기 좋은 서식지이기 때문에 조류 충돌이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문제는 몸집이 크지 않은 조류라 해도 빠른 속도의 비행기와 충돌할 경우 그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속 370㎞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했을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에는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조류 충돌 위험성은 2020년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조사를 맡은 용역업체는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크다"고 국토부에 알렸다. 무안공항 주변에는 현경면·운남면, 무안·목포 해안, 무안 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 3곳이 존재한다.

물론 정부와 각 공항도 조류 충돌에 대비해 총포를 쏘거나 폭음 경보기, 음파 퇴치기 등을 활용해 철새가 공항 인근으로 오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를 100%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철새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새들이 우리에게 통보하고 움직이지 않지 않느냐"며 "따라서 철새의 이동 경로를 바탕으로 항공 운항을 접근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고, 보다 첨단화된 시스템을 만드는 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는 통상 9월에 도래가 시작돼 11월부터 개체수가 본격적으로 증가, 12월부터 1월까지 월 최대 130만~150만 마리로 정점에 도달한다는 점도 조류 충돌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 200곳을 대상으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적으로 95종 총 132만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러한 이유로 철새 도래지 인근에 공항 건설 자체를 비판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송병흠 한국항공대 항공교통학과 교수는 "철새 때문에 공항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조금 과한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조류 충돌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류 탐지 레이더 같은 첨단 시스템을 통해 조종사에게 충분히 사전 정보를 제공하는 등 철새 관리와 비행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주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항공안전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그에 따른 보완 대책들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및 대책 보완 과정에서 환경부도 필요 시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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