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내 오른발 돼주겠다던 당신, 나 도쿄 왔어"…하늘로 띄운 답장
3년 전, 남편 잃은 양궁 조장문
남편 유품 정리하다 자신에게 쓴 마지막 편지 발견
도쿄패럴림픽 와서 답장 "여보, 보고 싶고 사랑해"
[도쿄=뉴시스]도쿄패럴림픽 양궁 종목에 출전한 조장문(오른쪽)과 고인이 된 남편 김진환씨. (사진 = 조장문 선수 제공)
2020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양궁 여자부 국가대표 조장문(55·광주시청)은 3년 전, 남편 김진환씨를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냈다.
소아마비로 오른발이 불편한 조장문이 2012년 선수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랬던 남편이 2018년 3월 간암 말기로 세상을 떠났다.
2017년 10월 김씨가 갑작스레 허리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했는데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암세포가 간에서 척추로 전이돼 척추 4번이 무너졌고, 이로 인해 심한 허리 통증을 겪은 것이다. 서울에서 치료 방법을 찾았지만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고, 수술도 의미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도쿄=뉴시스]도쿄패럴림픽 양궁 종목에 출전한 조장문이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편지. (사진 = 조장문 선수 제공)
조장문은 마음을 추스르며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한 번 더 오열했다. 김씨가 병원에서 쓰던 다이어리에서 자신에게 쓴 편지를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편지에서 "여보, 고맙고 미안하다. 못난 남편을 살리려고 했는데 평생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 도쿄패럴림픽도 함께 할 수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못난 나를 만나서 아들과 딸 잘 키우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 장성한 두 아들이 있고, 예쁜 딸도 있잖아. 힘든 일은 큰 아들과 상의하고"라고 썼다.
[도쿄=뉴시스]도쿄패럴림픽 양궁 종목에 출전한 조장문이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편지. (사진 = 조장문 선수 제공)
다이어리에는 아내뿐 아니라 일가친척에게 쓴 편지도 있었는데 모두 '부인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영원한 내 편'이었던 남편을 잃었다는 허전함,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과 자식들을 위해 마음 썼을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패럴림픽만 바라보며 연일 구슬땀을 흘려온 조장문은 도쿄에 도착해 펜을 잡았다.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보내는 답장이다.
[도쿄=뉴시스]도쿄패럴림픽 양궁 종목에 출전한 조장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김진환씨에게 쓴 편지. (사진 = 조장문 선수 제공)
이어 "끝까지 함께 하며 내 오른발이 돼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리고,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네요"라며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남편 덕분으로 아이들과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항상 하늘에서 응원해주세요. 우리 남편 너무 보고 싶네. 사랑해"라고 썼다.
조장문은 2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벌어지는 여자 개인전 리커브 오픈(32강전)에 출전한다. 2016 리우대회에선 이 종목 9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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