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료 인상에 물가 0.1%p↑…하반기 오르면 부담 '가중'
난방비 이어 냉방비 폭탄 우려…외식물가 영향도
상방압력 있지만 기재부 "5~6월 둔화세 계속돼"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우편함에 꽃혀있는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 2023.05.1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전기·가스요금이 4인 가구당 월 7400원가량 오르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p)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냉방비 폭탄과 더불어 공공요금 인상이 외식 물가 등에 미칠 간접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 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16일 정부는 이날부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0원, 도시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한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전기요금은 3020원, 가스요금은 4400원 늘어 한 달에 총 7420원가량 더 내게 된다. 정부는 인상과 동시에 소비자 부담 경감 방안을 내고 취약계층 전기료 인상 1년 유예, 소상공인과 뿌리기업에 대한 전기료 분할납부제도 확대 적용 등을 발표했다.
이번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0.1%p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가스 요금 가중치를 이번 인상폭인 5.3%에 곱해 연간 효과로 계산한 수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물가를 3.5%로 전망했는데, 다음 달 말에서 7월 초에 상반기 상황이 두루 반영된 물가 전망을 새로 내놓을 방침이다.
최근 물가는 꾸준히 둔화세를 보인다. 올해 1월(5.2%)까지 5%대 물가를 이어가다 2월(4.8%), 3월(4.2%) 4%대로 상승폭이 떨어진 후 지난달(3.7%)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고공행진했던 지난해의 기저효과가 작용해 향후 물가는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유가 인상, 환율과 더불어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2·3·4분기 합쳐 ㎾h당 19.3원 인상된 후, 지난 1분기에도 ㎾h당 13.1원이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4월, 5월, 7월, 10월 등 4차례에 걸쳐 MJ당 총 5.47원 인상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번 인상이 소폭 진행돼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0.1%p 올라가는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관측한다. 다만 정부가 오는 7월에도 3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상방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요금이 오른 데 대한 상방압력은 존재한다. 다만 7월에 또 올리는지가 관건"이라며 "7월도 연속해 올리게 되면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추가적인 상방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2분기 한 달 반 동안 8원이 오른 건 전망이 달라질 정도로 영향이 크진 않다"고 언급했다.
KDI는 지난 11일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을 기존 3.5%에서 0.1%p 낮춘 3.4%로 관측했다. 정 실장은 브리핑에서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면서 소비자물가 전망이 내려간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4월 예상 인상분은 제외하고 1월, 7월, 10월, 내년 1월에 각 13원가량 증가한다고 보고 전망치에 반영했다.
올해 초 소비자 체감상 난방비가 2배가량 올랐는데, 이번엔 냉방비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날씨가 관건인데, 기상청의 3개월 기온 전망에 따르면 이달 월평균 기온은 평년(17.0~17.6도)보다 높을 확률이 50%이고, 6월은 평년(21.1~21.7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40%, 7월도 평년(24.0~25.2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40%다.
[서울=뉴시스] 내일부터 전기요금이 ㎾h(킬로와트시)당 8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이 오른다. 4인 가구 한달 전기·가스요금 부담이 7400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으로 이어져 외식 물가 등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에도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지수로,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4%대를 웃돌고 있다.
정 실장은 "근원물가에는 전기요금이 직접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전기요금 상승이) 외식 물가에 파급되는 영향이 있어 소비자물가만큼은 아니지만 상방압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 인상으로 인한 물가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달과 다음 달 소비자물가는 계속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을 감안해 물가 전망을 했는데 당초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며 "연간 0.1%p 정도 영향인데, 전체적으로 물가가 계속 둔화되고 있는 상태라서 그리 큰 영향은 없고, 5~6월 계속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 달 발표되는 5월 전기·가스요금 상승률의 오름폭은 자연히 커질 전망이다. 4월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같은 달 대비 23.7% 상승했는데, 3월 상승폭(28.4%)보다는 둔화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4월 물가는 지난해 4월 전기·가스요금 인상 기저효과로 오름폭이 줄었는데, 5월은 요금 인상으로 전월비가 오르기 때문에 지난해 대비 오름폭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며 "다만 4월 물가 3.7%보다 더 높을지는 또 다른 문제로, 수치를 시산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서울 시내 한 카페 문이 열려있는 모습. 2022.06.2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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