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넘쳐나는 유기견, 보호소는 한계…"해법은 중성화 확대"[현장]

등록 2025.03.23 08:00:00수정 2025.03.24 13:54:1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지난 20일 동물구조119 입양센터에서 만난 수일이. 오른쪽 뒷 다리를 다친 상태로 구조된 뒤 절단 수술을 받았다.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지난 20일 동물구조119 입양센터에서 만난 수일이. 오른쪽 뒷 다리를 다친 상태로 구조된 뒤 절단 수술을 받았다.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지난 20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동물구조119 입양센터'. 이곳은 버림받거나 학대를 받던 강아지·고양이를 구조해 보살피는 민간 보호시설이다. 60평 남짓의 공간에서 강아지 30마리, 고양이 10마리가 직원·봉사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보호소에 들어서자 낯선 사람이 반가운 듯 강아지들이 '왈왈' 짖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입구쪽 오픈형 견사에서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진주, 슬기, 참깨였다. 세 마리의 강아지는 주변에서 꼬리를 흔들며 근처에 엎드리는 등 기자를 반겨줬다.



이곳 보호소는 개별 견사 6개와 오픈형 견사 3개 등 총 9개의 견사로 이뤄져 있다. 개별 견사마다 강아지 1~2마리가 있었으며, 오픈형 견사에는 각각 3~4마리가 뛰놀고 있었다. 보호소 곳곳에는 담요나 베개, 사료, 장난감 등 보호소 유기견·유기묘들의 편안한 생활을 위한 제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지난 20일 찾은 동물구조119 입양센터. 오픈형 견사에서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있다.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지난 20일 찾은 동물구조119 입양센터. 오픈형 견사에서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있다.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학대 받았지만 "사람 좋아함"…유기동물 年 11만 마리

눈에 띄는 건 견사 앞에는 강아지들의 이름, 나이, 구조사연 등 정보다. 그 중 '비키', '럭키', 코난'이는 학대를 일삼는 '애니멀호더'(동물 수집꾼)들로부터 벗어나 이 곳에 온 구조견들이다. 학대 경험에도 불구하고 럭키는 '애교 많은 순둥이', 코난이는 '사람 너무 좋아함'이라는 특징을 가졌다.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강아지들도 많았다. '수일이'는 2019년부터 약 6년을 이곳에서 생활한 가장 오래된 강아지다. 수일이는 오른쪽 뒷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아 세 다리로 걸어다니는 장애견이다. 남양주 공장단지에서 피를 흘리며 돌아다니다 구조돼 이곳에 오게됐다.



당시 수일이는 오른쪽 뒷다리가 으스러져 뼈가 밖으로 나와있는 상태였다. 보호소 초기에는 상처가 많아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고 밥을 챙겨주는 이들에게도 거리를 뒀다. 그러나 지금은 보호소 직원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애교쟁이가 됐다. 현재 수일이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캐나다로의 해외 입양을 준비하고 있다.
  
'참깨'는 강화도 고물상에서 구조된 강아지다. 참깨의 주인은 고물상에서 고물뿐 아니라 강아지도 팔아넘기는 개장사꾼이었다. 수십마리의 강아지들이 좁은 철장에 짐짝처럼 가둬져 있었다. 제보를 받은 동물구조119는 참깨의 주인을 설득해 갇혀있던 강아지들을 구조했다. 모든 강아지들이 좋은 주인을 만났지만 참깨는 여전히 보호소에 있다.

지난해 말 동물자유연대가 발간한 '2023 유실유기동물 분석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한국에서 11만1720마리의 유기 동물이 발생했다. 이 중 개가 8만138마리(71.7%)로 가장 많았으며, 고양이가 2만9896마리(26.8%)로 뒤를 이었다. 동물권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유기견들이 길을 떠돌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유기견 보호소에서 맡을 수 있는 동물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 해 11만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발생하지만 이를 관리·보호할 시설, 비용, 인력 등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동물구조119와 같은 민간 유기견 보호소들은 후원을 받아 구조 및 보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국가나 지자체의 후원이 아니라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재정 상태가 넉넉하지 않다"면서 "인력도 부족하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봉사자들의 방문으로 겨우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유기견 몽이가 임영기 동물구조119 입양센터 대표에게 안겨있다.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유기견 몽이가 임영기 동물구조119 입양센터 대표에게 안겨있다.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열흘 동안 입양 안 되면 '안락사'…보호정책 제자리

정부에서 관리하는 지자체 유기견 보호소는 세금이 투입돼 보다 나은 사정이지만 대부분 '보호'가 아닌 '입양'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입양 공고를 낸 뒤 열흘이 지나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로 소유권이 넘어가고, 이후부턴 센터에서 안락사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창원시에서 세금을 들여 만든 동물센터에서 입양을 가지 못한 유기견들이 집단 안락사된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89마리, 지난달 10일 39마리 등 총 138마리에 달한다. 당시 창원시는 "보호소 공간부족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부족한 보호소 공간을 늘리는 데는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해 대안이 되기 어렵다. 때문에 안락사 제도를 바꿔 마당개(실외 사육견) 중성화 수술비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국 지자체에서 이 같은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사업 대상자에 대한 규제가 많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임 대표는 "해당 사업에서 대상이나 지역을 한정해놓을 이유가 없다"며 "유기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이 어디라도 떠돌고 있는 강아지들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기견 안락사 정책이 만들어진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변화한 것이 없다"며 "지자체 보호소 여력이 안 돼 보호할 수 없더라도 다시 떠돌이개가 되는 것이 안락사보다는 낫다. 중성화한 뒤 방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itizen@newsis.com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