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대출문턱 높인 신용사면의 역설[서민금융 진단①]

등록 2025.01.01 09:00:00수정 2025.01.01 11:50: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이 지난 2월 말 3.4%로, 2014년 11월(3.4%) 이후 10년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들이 1·2금융권에서 대출에 실패하자 카드론 등으로 몰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사진은 29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2024.05.29.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이 지난 2월 말 3.4%로, 2014년 11월(3.4%) 이후 10년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들이 1·2금융권에서 대출에 실패하자 카드론 등으로 몰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사진은 29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2024.05.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연체 이력을 보유한 서민·소상공인 대상으로 실시된 신용사면에 따라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이 초래되고 이로 인해 전체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무불이행 등 잘못된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는 만큼 차주들이 스스로 재무계획을 세워 조금이라도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코로나와 고금리 등으로 연체 이력이 생겼던 서민·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신용사면을 단행했다.

신용사면은 2021년 9월1일부터 지난해 1월31일까지 2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가 발생했지만 5월31일까지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했다. 코로나19 여파에 고금리·고물가가 겹친 비정상적 경제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연체가 발생한 서민·소상공인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다.

신용사면으로 개인 최대 298만명, 개인사업자 최대 31만명 등의 신용점수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개인 차주 266만5000명의 신용점수는 평균 31점 상승했고, 개인사업자 20만3000명은 평균 신용평점 101점이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신용점수 상승이 전체 차주의 '신용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대출 문턱을 높인다는 우려가 나왔다. 신용점수 900점을 넘은 고신용자 비중이 절반 가까이 치솟으면서 신용점수가 높은 고객도 대출 승인을 거절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내놓은 '신용점수의 실효성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와 관련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가 높음에도 은행으로부터 대출 승인을 거절당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신용점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이는 자칫 금융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의 기술 발전으로 신용점수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의 쏠림 현상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금융포용 정책의 부수 효과적 측면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현열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신용사면에 따른 잠재적 비용편익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신용사면은 차주의 상환 여력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제한함으로써 신용점수를 상승시킴에 따라 차주의 금융접근성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신용사면은 성실 상환의 유인을 약화시켜 대출금리의 상승 및 채무불이행 빈도의 증가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한시적·한정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은행권 고신용자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중저신용자가 제2금융권 또는 대부업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연체 이력자의 대규모 신용사면에 따라 은행과 제2금융권의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사면이 자주 일어나게 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학습효과로 대출을 제때 안 갚는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다"며 "정책금융 대위변제 증가율도 올라가고 은행들이 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용사면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사면보다는 재무계획 수립 등을 통해 차주들이 점차 대출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