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판단한 법원…"피해자 223명"
김은경, 징역 2년6월 실형 선고뒤 법정구속
법원, 직권남용 해석에 따라 유무죄 달리봐
사표제출 13명·심사방해 80명·지원자 130명
"오로지 내정자 임명위해 공정한 심사 방해"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2021.02.09. [email protected]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임정엽·권성수)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현직 시절인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공모해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징구를 지시하거나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로 하여금 사표를 제출하도록 할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고, 이는 지휘·감독권한과 인사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봤다.
나아가 김 전 장관이 전 정권 임원들을 소위 '물갈이' 하려 사표 제출을 요구하고 실제 제출되도록 한 것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맞다며 유죄 판단했다.
다만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김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행위는 장관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한 것에 불과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라며 무죄 판단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한다. 단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실무담당자'에게 보조하도록 한 경우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또 김 전 장관은 후임자 임명 과정에서 탈락 위험에 처한 자신들의 추천 인사가 공공기관 임원으로 최종 임명되도록, 면접 예상질문 자료를 제공해주는 등 '사전지원'과 임추위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현장지원'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이 역시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고 이를 남용했다고 봤다. 다만 이번에도 판단을 달리해 '현장지원' 중 일부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맞다며 유죄, '사전지원'은 "직무집행 보조 행위에 불과하다"며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임추위 위원으로 참석한 환경부 실·국장들에게 현장 지원을 지시한 것은 업무방해죄에서 정한 위력에 해당하고, 내정자 존재와 사전지원, 현장지원을 모른 채 평가에 이른 임추위 위원들에 대한 업무방해도 유죄로 봤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2021.02.09. [email protected]
재판부는 임추위 위원으로 참석하는 환경부 소속 공무원에게 '적격자 없음' 의결을 유도하도록 한 혐의는 직권남용죄와 업무방해죄가 모두 유죄 판단했고, 환경부 소속 공무원에게 '적격자 없음' 의결을 요청하도록 한 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나아가 김 전 장관이 청와대 탈락 인사가 원하는 주식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할 수 있도록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조력하는 등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도 무죄 판단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장관이 사표 제출을 않는 환경공단 상임감사의 표적 감사를 지시하고 신분상 위협을 가할 것처럼 겁을 줘 강요한 혐의는 직권남용은 무죄지만, 강요 혐의는 유죄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이 청와대 추천 인사의 탈락에 대한 문책으로 운영지원과장 A씨를 4대강 팀장으로 전보한 혐의는 "보직 위반인지 알 수 없다"며 무죄, 운영지원과장 B씨를 국립생물자원관 부장으로 전보한 혐의는 유죄라고 봤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위법하게 징구한 사표 제출자가 13명이고, 정당한 심사업무가 방해된 임추위 위원이 80여명, 정당하게 심사된다고 믿고 지원한 피해자가 130여명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만 약 223명이라고 본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이런 행위는 오로지 청와대 또는 환경부가 정한 내정자들을 임명하기 위한 것으로, 공정한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며 "그런데도 김 전 장관은 일체 관련성을 부인하며 책임을 전가한다"고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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