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안 더 커졌다] 1분기 가계·기업 빚 3167조, GDP의 216.3%
민간부채 규모 경제 규모 두배 넘어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지난해 가계빚이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발표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2021.02.23. [email protected]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잔액) 비율은 216.3%로 전년 같은기간 보다 15.9%포인트 상승했다. 1975년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20년 1분기 200.4%로 처음으로 200%를 돌파한 후 200% 수준을 줄곧 유지해 왔다. 주체별로는 가계가 104.7%로 1년 전보다 9.1%포인트 상승했고, 기업이 111.6%로 1년 전보다 6.8%포인트 올랐다.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1분기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규모는 3167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 늘었다. 이는 2017년 3분기(9.5%) 이후 3년 6개월래 최대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이 8.5% 증가한 가운데 기타신용 대출도 10.5% 늘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 열풍으로 주택담보 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주식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동반 급증했기 때문이다.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71.5%로 전년 동기 대비 11.4%포인트 증가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가계빚만 빠르게 쌓인 결과다. 반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4.7%로 2.9%포인트 하락했다. 주가상승 등의 영향이다.
기업부채는 1402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1% 늘어났다. 기업부채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가계부채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금 수요와 정부·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금융기관 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6월말 81.1%에서 지난해 12월 말 77.2%로 하락했다. 같은기간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는 기업 비중은 12.4%에서 15.3%로 상승했다.
한은은 고용과 업황 부진 등으로 경기회복이 차별적으로 진행될 경우 취약 가구 차주의 가계대출이나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의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빚 증가세가 확대된 반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낮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채무상환 부담이 늘고 있고, 기업도 전반적 재무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간 채무 상환 능력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취약가구나 실적 악화 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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