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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대모사 매력은 '즐기는 것'"…유튜버 릴리세은[인터뷰]

등록 2023.08.18 06:30:00수정 2023.08.18 14: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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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만 유튜버 릴리세은 인터뷰

"초등학교 때부터 성대모사 재미 느껴"

"20살때 꿈을 이루기 위해 유튜브 시작"

손예진·김소연 성대모사로 유명세 얻어

"날 보고 눈물 흘린 팬 가장 기억 남아"

"유튜브·방송 등 쉬지않고 일해 집 장만"

유튜버 릴리세은(사진 : 샌드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버 릴리세은(사진 : 샌드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즐기면서 성대모사를 하는게 저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즐거우면 시청자들에게도 다 전달이 된다는걸 알게 됐죠."

유튜버 릴리세은(본명 박세은)은 자신의 성대모사 콘텐츠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 2017년 스무살의 나이에 유튜브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인기 드라마 캐릭터를 활용한 성대모사 콘텐츠로 단기간에 큰 인기를 얻었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현재 53만명까지 늘었다.

이제는 단순히 취미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길을 걸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기 연예인들과도 함께 영상을 찍는 유명 유튜버가 됐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즐기면서 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뉴시스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 본사에서 만난 릴리세은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즐겁게 지난 6년간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고등학교 때는 성우나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반대를 하는 편이셨다.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지인들과 얘기를 해봤더니 유튜브를 해보라고 권했다. 처음엔 좋아하는걸 아무거나 막 찍어서 올렸는데 한 달 반 만에 구독자가 1만명이 됐다. 그리고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성대모사 콘텐츠를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릴리세은은 자신의 성격을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성대모사를 해 왔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성격은 아니었다. 친한 친구들에게만 조심스럽게 장기를 선보이는 정도였다. 또 초등학교 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 유아교육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으니 성우나 개그우먼의 길은 멀리 있었다.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유튜브였다.

유튜버 릴리세은(사진 : 샌드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버 릴리세은(사진 : 샌드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대모사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여러 등장인물을 혼자서 따라하는 상황극 콘텐츠는 많은 사람에게 릴리세은이란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표정이나 말투, 습관 등의 특징을 잘 포착해내는 유튜버로 유명해졌다. 배우 손예진 성대모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감정이 격해지면 나타나는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을 재치 있게 구현해 큰 인기를 얻었다.

성대모사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릴리세은은 "내가 좋아해야 더 잘 따라할 수 있다. 좋아하면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나도 모르게 보게된다. 그래서 디테일까지 잘 따라할 수 있게 된다."며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성대모사를 올렸을 때 반응도 좋았고, 영상을 찍으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빠론 속도로 늘었다. 10만명을 넘었을 땐 부모님에게 대학을 휴학하고 한국에 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어냈다. 아버지는 1년 안에 구독자가 20만명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이 목표를 6개월 안에 달성했다. 구독자 수가 30만명을 넘었을 즈음에는 전업 유튜버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크리에이터 활동 6년차에 접어들면서 초기에 비해 콘텐츠도 진화했다. 이제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성대모사를 활용한 숏폼 콘텐츠로 주로 만든다. 틱톡에도 채널을 개설해 대중과의 접촉면을 더 넓혔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구미호뎐1938'에 출연한 배우 김소연의 성대모사는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일인다역 노래부르기도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따라한 인물과 캐릭터만 어림잡아 100명이 넘는다. 릴리세은은 "모두를 완벽하게 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한줄씩 짧게 하는건 100명 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성대모사' 하면 떠올리는 유명 유튜버가 됐다. 오랜 팬이었던 배우 손예진·김소연을 만나 직접 성대모사를 선보였다.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 성우 겸 유튜버 쓰복만, 걸그룹 트리플에스 등과 함께 영상도 촬영했다. 길거리를 지날 때 팬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감동하게 된다고.

릴리세은은 "카페에 갔는데 직원분이 구독자라고 하시면서 서비스로 케이크를 주셨는데 너무 감동받아서 잊지 못한다. 또 나를 보고 너무 좋아한다고 눈물을 흘리는 팬도 기억에 남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아니었으면 겪지 못했을 소중한 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유튜버 릴리세은(사진 : 샌드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버 릴리세은(사진 : 샌드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은 즐기면서 자유롭게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일정한 성취를 이루기까지 치열한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나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쉬지 않고 열심히 했는지 안다. 2~3년 전에는 유튜브를 하면서 라디오와 디즈니 채널에도 출연하고 일주일 내내 쉬는 날이 없었다. 엄청 열심히 돈을 벌어서 내 기준에서는 많이 모았다. 한국에 들어와서 집도 샀다."고 했다. 이제는 부모님도 '유튜버가 좋은 직업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힘으로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많은 이들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드는 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생계를 위해 가진 직업이 '즐거운 일'이 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릴리세은의 성공 사례는 누군가의 시샘을 살 법도 하다. 그는 즐기면서 영상을 만들고, 기획·촬영·편집을 모두 혼자 해낼 정도로 매일 노력을 기울인다. 성대모사라는 타고난 재능도 갖췄다. '1인 미디어'라는 시대적 흐름이 적절할 때 찾아왔으니 '행운'도 그의 편이었다. 일종의 '사기캐'인 셈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없다. 릴리세은은 21살 때를 마지막으로 5년 동안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고백했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에 5년이나 솔로로 지내는건 형벌과도 같다. 그는 "유튜버여서 외로움을 잘 못느꼈던 것 같다"며 "소개팅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를 추구한다"고 언급했다.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다는 그에게 '자만추'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처럼 보였다. 그래서 '신은 공평하다'는 말도 있는 것 같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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