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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의 늪' 여수 석유화학](상) "적자누적 심각, 갈수록 어려움 가중"

등록 2025.01.0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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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단 석유화학 매출 '뚝', 당분간 업황 회복 불투명

경제계 "조속한 산업위기 대응지역 지정 등 지원대책 시급"

[여수=뉴시스] 단일규모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화학단지 '여수국가산단'. 2024.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뉴시스]  단일규모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화학단지 '여수국가산단'. 2024.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 석유화학 산업이 중심인 여수국가산단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1일 경제계에 따르면 여수국가산단 주요 5대 석유화학 기업은 지난 2022년 이후 매출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적자 폭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흑자 전환은 커녕 장기침체를 걱정하는 처지다.

국가 산단 전체 매출 하락과 세수 감소에 따른 전남도와 여수시의 어려움은 현실로 나타났다.

여수국가산단은 2023년 말 기준으로 약 84조원의 생산과 318억 달러의 수출, 2만 50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여수국가산단을 끼고 있는 여수시로부터 발생한 국세는 2023년 약 3조4000억원으로, 전남도가 낸 국세 총액 5조5000억원의 60.7%를 차지했다.

2020년 28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여수시 지방세 징수는 2023년 4000억원에 이르렀다. 이중 48.5%인 1940억원이 여수국가산단 기업들이 냈다.

하지만 2024년은 상황이 달라졌다. 나프타(Naphtha) 공급과잉, 수요 감소, 원자재값 폭등 등 삼중고 속에서 석화 산업의 침체가 가속됐다.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본격적인 증설로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가 위축됐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간 차이)는 t당 178달러로 마지노선인 t당 300달러에 한참 부족해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

여수산단 석유화학 기업들은 당분간 업황 회복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중동 등에서 범용제품 공장을 확대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원유를 생산하는 중동이 120조원을 투자해 8개 공장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은 '잘될 거라'는 희망마저 빼앗았다.
[여수=뉴시스] 여수국가산단 5대 기업 경영실적. (사진=여수상의 제공) 2025.0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뉴시스] 여수국가산단 5대 기업 경영실적. (사진=여수상의 제공) 2025.01.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석유화학 4사 가동률도 최근 2년간 70~80%에 머물러 어려움이 단적으로 확인된다.

2022년 2분기 기준 80~90%대의 가동률이 2024년 한화솔루션 78.3%, LG화학 81.7%, 롯데케미칼 77.6%, 금호석유화학 71.0%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통상 가동률 70%는 석유화학 업계의 손익분기 마지노선을 위협하는 수치라고 산단 관계자는 밝혔다.

맥킨지보고서는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 지속되면서 2028년에는 2022년 대중국 수출 물량의 10%만 수출될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2023년 국내 NCC가동률 74%에서 2028년 65%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블룸버그 역시 가동률 80%는 재앙을 넘어 붕괴로 보고 있으며, 구조적 한계 극복이 필수라는 견해를 내놨다.

여수산단 5대 기업의 매출은 2022년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여파는 영업이익으로 이어져 2024년 2분기 기준 롯데케미칼 -2464억원, 한화솔루션 -347억원, YNCC -606억원의으로 나타났다. 2023년 1435억원의 적자를 본 LG화학은 12억원 상당 흑자를, 금호석유화학이 19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결국 LG화학은 자구책으로 SM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여수NCC 2공장의 매각을 추진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 내 범용사업장을 모두 정리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재의 NCC는 에틸렌과 같은 기초소재 생산 시설로 과거엔 핵심 설비였지만, 중국과 중동의 증설 물량에 밀려 수익성 없는 한계산업으로 까지 인식되고 있다.

여수산단의 침체는 여수시에 직격탄을 안겼다.
[여수=뉴시스] 여수시 지방세 징수 및 국가산단 기여액. (사진=여수상의 제공) 2025.0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뉴시스] 여수시 지방세 징수 및 국가산단 기여액. (사진=여수상의 제공) 2025.01.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23년 9월까지 3441억원이던 여수시 지방세 징수는 2024년 9월 2451억원이 걷혔다. 전년 대비 28.8%인 990억원이 줄었다. 국가산단의 경영환경 악화가 지방세 수입을 위축시키고 지방재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례다.

2023년 여수시 창업 사업자는 2022년 대비 16.7% 급감했다. 폐업 사업자는 오히려 12.4% 급증했다. 국가산단의 불황이 그대로 지역경제 미치고 있다. 여수산단 대기업 공장에서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수천의 중소기업들은 매출 감소, 고용 불안 등 힘겨워하고 있다.

여수국가산단 석유화학의 어려움은 2024년 하반기부터 지자체와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 논의를 촉발했다. 여수상공회의소 등 지역경제계도 국가지원책 강구 촉구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전남도, 여수시가 TF를 구성하고 용역을 착수하는 등 저마다 해야 할 일을 찾으며, 침체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 산업 되살리기 나섰다.

여수산단 석유화학업체 공장장은 "여수산단이 수요 감소, 공급과잉, 원자재값 폭등에 수익률 저하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데도 최근 산업용 전기단가가 10.2% 인상됐다"며 "여수산단 연간 추가 부담액이 1717억원 증가하게 되는데, 우선 전기 사용료라도 인하하던지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수상공회의소 한문선 회장은 "여수산단의 위기는 여수지역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면서 "상의는 정부와 한국전력, 국회 등에 '전기 단가 인상 반대 건의서'를 제출했으며, 전기료 외에도 '산업위기 대응 지역 지정',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전환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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