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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유족' 조롱, 유족으로 좁히면 처벌 가능…"모욕·명예훼손 판례 다수"

등록 2025.01.09 07:00:00수정 2025.01.09 08: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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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전담수사팀 구성…현재 159건 수사 중

집합적 명칭 범위 따라 법리적 판단 달라져

'유족' 좁히면 처벌 가능 전망…세월호 영향

'참사 유족' 조롱, 유족으로 좁히면 처벌 가능…"모욕·명예훼손 판례 다수"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을 향한 조롱 글이 잇따르는 가운데 작성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이목이 쏠린다. 희생자 유족의 가슴 찢어지는 고통에도 익명성과 피해자 특정의 모호성을 이용해 이를 비방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속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모욕·명예훼손죄 성립에 '피해자 특정' 중요

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악성 게시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7일) 오후 5시 기준 사이버 게시글·영상 총 159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30대 남성 피의자 1명을 모욕 혐의로 검거한 상황이다.

악성 게시글 작성자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대개 모욕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다. 해당 혐의는 각각 친고죄(범죄 피해자가 고소·고발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만큼 '특정된' 피해자를 필요 요건으로 한다.

집합적 명칭을 사용해 명예를 훼손하는 이른바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그 구성원의 수가 많으면 개별 구성원에 대한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법리다. 그렇기에 피해자 집단에 대한 모욕죄·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피해 집단이 명확히 특정돼야 하고, 특정된 피해 집단의 구성원 수가 어느 정도 제한돼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법원은 여성 아나운서 집단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강용석 전 의원의 모욕·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여성 아나운서'라는 집단이 광범위해 불분명하기에 아나운서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정도는 아니라는 취지다.

비슷한 논리로 지난 2008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비하한 혐의로 기소된 지만원씨 역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당초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고, 5·18 관련 단체의 구성원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족'으로 범위 한정하면 처벌 가능 전망

이처럼 그간 집단을 가리키더라도 특정인 지칭이 명백해야 죄가 성립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경찰은 '유족' 집단의 경우 구성원을 한정할 수 있을 정도기에 혐의 적용과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참사 관련 악성 게시글 수사를 전담하는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악성 게시글 대상이 '전라도민'일 경우 (범위가 넓은 탓에) 특정이 어렵지만 이번 참사의 경우 '탑승객 179명의 유족'으로 대상이 비교적 분명하기에 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광주변호사회 김정호 여객기 참사 법률지원단 왜곡대응팀장도 "세월호 참사(2014년·304명)나 이태원 참사(2022년·158명) 관련 판결에 비춰 이번 무안공항 참사(179명)의 경우도 희생자의 수가 명확히 정해져 있기에 집단표시 명예훼손 법리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유족 비하 사건 이후 피해자 특정의 논의는 거의 극복이 됐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월호 사고 당시 서울북부지법, 동부지법 재판부는 이를 당연한 전제로 보고 피해자 특정을 문제 삼지 않았다. 기소된 악성 글 게시자들에게 북부지법은 지난 2015년 7월17일 모욕 혐의로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동부지법은 2014년 10월30일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은 유가족협의회 이름으로 지난 3일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하하는 2차 가해 게시글·작성자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한 상황이다.

김태연 태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희생자가 179명이더라도 유족으로 인정될 수 있는 범위가 몇 촌까지인지는 불분명하기에, 유족들의 명단 제출 등을 통해 유족 개념·범위와 처벌 의사를 명확히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참사 때마다 반복되는 조롱 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위해 "앞으로 축적되는 사례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처벌 수위는 동종 범죄 전과 등을 고려해 결정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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