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업서 '정치적 발언' 논란…"학생과 수직 관계, 일방적 강요 안돼"
이화여대 학내 게시판 '교수 정치발언' 규탄 대자보
학생들 "교직원이란 권리…사상 주입하는 것 같아"
"일방적인 주장 강조, 이데올로기 성토장 될 것"
![[서울=뉴시스] 주은서 인턴기자=이화여대 내부에 교수의 정치적 발언을 규탄하는 취지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1/NISI20250321_0001797676_web.jpg?rnd=20250321155218)
[서울=뉴시스] 주은서 인턴기자=이화여대 내부에 교수의 정치적 발언을 규탄하는 취지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photo@newsis.com
지난 21일 뉴시스가 찾은 이화여대 학내 게시판에는 '강단에 선 자에게 말의 무게를 책임지도록 요구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에는 사회학과 A교수의 발언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에 따르면 A교수는 한 전공 강의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싶어하는 데 뜻대로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부정선거 문제가 드러나면 선관위가 없어질 수도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같은 수업 시간에 "쿠데타는 중립적인 단어이다" "5.16 쿠데타는 성공했으므로 과거에는 혁명으로 불렸다. 박정희 대통령의 개혁 정책으로 이 혁명이 더욱 의미가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개인의 정치 성향을 비난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좌우와는 무관하게, 지극히 정의와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사회학도이자 교수로서의 도리를 다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교수의 발언이 존중받아야 할 필요도 있다고 보면서도, 또 한편에서는 교수라는 직위를 고려해 정치적 발언을 보다 신중히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교직원이라는 권리를 이용해서 정보를 전달하는데, 학생들은 지위가 더 낮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장 아니냐"며 "그런 관계를 이용해 발언을 서슴없이 하면서 자기 사상을 주입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부에 재학 중인 정모씨도 "가르치는 분의 사상을 주입받는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 역시 정치적 입장이나 태도를 학생들에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자는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되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압도적으로 강조할 경우 이데올로기 성토장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대학이 정치로부터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수는 적어도 대학 강의실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중립적으로 해서 정치적 태도를 밝히지 않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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