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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SM 大戰, 2막으로…카카오 행보·주총 '주목'

등록 2023.03.05 08: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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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파트너스가 SM 지배구조 문제 삼으면서 1막 시작

법원이 카카오의 SM 지분 취득에 제동 걸면서 1막 마무리

[서울=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로고. 2023.02.20. (사진 = SM·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로고. 2023.02.20. (사진 = SM·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이브(HYBE)·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동맹, SM·카카오 동맹의 SM 경영권 대전(大戰)이 2막으로 접어들었다. 법원이 카카오의 SM 지분 취득에 제동을 걸면서 1막이 막 마무리 된 셈이다.

현재 하이브가 SM의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다만 우월한 자금력을 가진 카카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변곡점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해당 대전의 시발점(始發點)은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SM 지분 1% 안팎을 보유한 이 펀드는 지난해 3월 '제 27회 SM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SM 감사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을 했다.

SM 가치가 지배구조(거버넌스) 측면에서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총괄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도 지적했다. 결국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곽준호 후보가 감사가 됐다.

이후에도 얼라인파트너스는 SM을 몰아붙였다. 그 과정에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고 이 전 총괄과 틀어지게 됐다. 이후 이 전 총괄은 SM과 라이벌 회사인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사들이고 공개매수까지 진행하면서 SM·카카오는 코너에 몰리게 됐다. 그런데 공개매수가 실패하면서 SM·카카오에게 반격의 기회가 생겼다.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이 기각되면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취득할 수 있어 하이브와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전 총괄의 가처분을 인용했고 SM·카카오는 해당 지분을 얻지 못하게 되면서, 난처한 상황이 됐다. 여기까지가 이번 대전의 1막 요약이다.

이제 시작된 대전의 2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카카오의 선택이다. 

현재 실탄은 두둑하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2000억원 중 지난달 24일 1차 납입금인 8975억원을 챙겨놨다.

하지만 금전 지출 규모가 늘어나는 건 카카오에게도 부담이다. 신주·전환사채 발행 시 SM 주식을 9만원대에 확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12만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 업계에선 SM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최소한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는 현재 20%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하려면 최소 13만원대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 하이브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은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와 지분 다툼에서 이기더라도 출혈로 '승자의 저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서울=뉴시스]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2.23. (사진 = 카카오, S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2.23. (사진 = 카카오, SM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변수는 SM 주식을 대거 취득한 기타법인의 정체다. 업계에선 SM·카카오 우군으로 보고 있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변수는 현 SM의 주요 주주인 KB자산운용(5.12%), 국민연금공단(4.32%), 컴투스(4.20%) 등이다. 일각에선 SM이 시간외대량매매인 '블록딜'을 통해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한다.

카카오의 다른 선택은 일단 사태를 관망하는 것이다. SM 주주명부는 이미 지난해 말 폐쇄됐다. 카카오에겐 애초 의결권이 없었다. 지난달 주식을 취득한 하이브도 오는 31일 열리는 '제28회 SM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지만, 이 전 총괄에게 의결권을 위임 받아 주주제안을 한다.

해당 주총에서 하이브와 SM 현 경영진이 각각 내세운 이사진 선임을 위해 표대결을 벌인다. 여기서 카카오가 다각도로 SM 이사진을 지원한 뒤 천천히 자신들의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내년 주총까지 하이브를 긴장하게 만들면서 후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브는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등 7인의 이사와 1명의 감사 후보군을 제안했다. SM 현 경영진은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11명을 추천했다.

주주제안 캠페인 홈페이지를 연 하이브는 경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낸 SM 현 경영진은 SM 레거시와 아티스트 존중을 호소하고 있다. SM 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액주주 운동도 기대하고 있다. 주총 전까지 양 측의 극심한 여론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M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60% 이상이라 이들의 표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카카오가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IT 플랫폼에서 K팝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카카오가 마지막까지 사활을 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사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현재 카카오가 협력해 K팝 업계에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SM뿐이다. 다른 K팝 업계 거물인 JYP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거물인 YG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네이버 동맹에 포함돼 있다. 

앞서 하이브가 카카오가 경영권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협업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지만, 이미 하이브가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와 손 잡은 만큼 이 역시 고르기 힘든 선택지다. 카카오가 이번 결정에 불복하는 등 또 다른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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