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칼린 "대북외교 배제는 통탄할 실수"
칼린은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21일(현지시간) 기고한 '한국에서의 궁극적 실패(The Ultimate Failure in Korea)'란 제목의 글에서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전 정부의 16년동안 대북 외교가 실패하기는 했지만 1993~2000년, 즉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북외교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기간 대북정책을 다시한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994년 클린턴 당시 행정부는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 이뤘다. 합의의 핵심은 북한이 ▲핵 동결 상태를 유지하고 추가적인 흑연감속로의 건설을 중단하며 ▲사용후 핵 연료의 재처리를 중단하고 ▲시설을 봉인, ▲NPT에 잔류하며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고 ▲정치적 경제적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추진하며 ▲소극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는 북한이 미국을 속이고 핵개발을 계속함으로써 실패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정설이다.
그러나 칼린은 '제네바 합의'가 이뤄진지 수 년이 지난 1990년대말 정보에 따르면, 당시 합의를 '외교실패'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프로그램 폐기에 관한 추가 조치들을 위해 계속 문을 열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1999년 현재 영변 핵시설이 5년동안이나 동결된 상태였고, 북한이 핵무기 원료를 생산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1년 1월 들어선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지 24개월 만에 대북외교는 실패했고, 결국 '가장 어리석게 (제네바 합의는) 죽음을 맞았다"고 칼린은 주장했다.
그는 23년과 현재의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의 '제네바 합의'를 되살리자는 것은 아니라면서, "역사에 대한 엄청난 오해 때문에 외교를 옆으로 미뤄놓는 것은 통탄할만한 실수"라고 강조했다. .
칼린은 "현실에 가면을 씌우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까놓고 말하자(Let us not mince words)"면서 "미끄러운 단어 운동(slippery word kinetic)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대북 정책과 관련해 '모든 옵션' '군사적 옵션 총동원' 등 말을 앞세우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거 결코 본적이 없는 스케일의 폭력적 양상이 될 것"이라면서 " 1994년 북한과의 일촉즉발 상황에 근접했을 당시 100만명의 인명피해와 수조 달러의 피해가추정됐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서의 전쟁은 피와 돈에 있어서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라면서 "지난 전쟁이후 한국 국민들이 반세기에 걸쳐 재건해낸 결과가 파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칼린은 한반도의 전쟁은 동북아시아를 갈갈이 찢어 놓을 것이라며, "한국에서의 또다른 전쟁이말로 궁극적 실패"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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