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되면 老母와 고향 가고파"…끝내 소원 못 이룬 文대통령
6·25 때 함경남도 함흥 떠나 거제로 피난…그리움 간직한 채 '영면'
"통일되면 아흔 노모와 고향 흥남 찾고파"…당선 전 대담집에서 소개
【서울=뉴시스】 청와대는 4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지난 여름 청와대에 찾은 문재인 대통령 어머니와 청와대 본관을 소개시켜주는 문 대통령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2017.10.04.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는 29일 향년 92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6·25전쟁 당시 남편과 함께 피난 내려왔던 강 여사는 아들이 약속한 평화통일의 순간을 보지 못한 채 뿌리 잃은 고단한 삶을 마쳐야 했다.
함경남도 흥남이 고향인 강 여사는 6·25 전쟁 당시 이른바 '흥남철수' 때 남편과 함께 경남 거제로 피난을 내려왔다. 2~3주 후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 속에 떠났던 고향 길은 두 번 다시 갈 수 없는 길이 됐다.
늘 노모의 건강이 걱정이었던 문 대통령은 위독하다는 연락에 사흘 동안 부산을 두 번 찾았지만 시나브로 스러져 가는 모친의 기운을 되돌릴 순 없었다. 40여 년 전 고시공부 때문에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것과 달리 거칠면서도 따뜻한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킬 수 있던 것에 만족해야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배경에는 평생을 '피난민의 아들'로 살아온 개인적 경험과 무관치 않다. 특히 친정 식구를 모두 고향에 두고 홀로 피난을 내려와 평생 타향살이를 했던 모친을 통해 실향민과 이산가족의 아픔에 더 깊게 공감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이 답하다'에서 실향민인 아버지, 어머니를 언급하며 "정치인이 되면서 남북 평화통일은 물론 동서화합은 제게 운명적인 각오이면서 동시에 약속이었다"며 일종의 소명 의식이 싹트게 된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같은 책에서 통일을 전제로 한 소원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평화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문형렬 작가의 질문에 "평화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아흔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 고향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친가쪽은 할아버지 여섯 형제의 자식들이 피난을 왔지만 외가 쪽은 어머니를 제외한 외가분들은 아무도 못 내려왔기 때문에 외가의 뿌리를 찾아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추석 때 방송된 KBS 특집 다큐멘터리 '나의 이산 이야기'에서 명절 '민족 대이동'을 거론하며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고향을 찾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며 "우리는 찾아갈 고향이라는 곳이 없다. 우리로서는 잃어버린 고향, 부모님에겐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는 기회가 된다"고 토로했었다.
그러면서 "남북 간 많은 발전이 있어야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우선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우선 지금까지 해오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라도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인 또한 생전에 북에 두고 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자주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국면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 여사는 "공산군이 다리를 폭파시켜 친정은 같이 못 내려왔다. 피난 와서 명절을 맞았는데 갈 곳도 없고 고향 생각이 간절했다"며 피난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달밤에 눈물이 났다. 가족들이 다 거기 있는데, 요즘도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며 "잊혀지지 않는 것이 고향이다"라고 했다.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되면 남북 관계가 좋아지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당시 강 여사는 "남북이 왕래는 못할망정 편지나 왔다 갔다 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실향민으로서의 간절함을 드러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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