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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관계 격상 합의했지만 '온도차'…김정은 홀로 '동맹' 언급

등록 2024.06.19 21:02:47수정 2024.06.19 23: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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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김정은 "동맹" 강조…푸틴은 언급 안해

전문가 '자동군사개입 부활' 해석 경계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후 협정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번 협정에는 어느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유사시 상호 지원' 조항도 포함됐다. 2024.06.19.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후 협정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번 협정에는 어느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유사시 상호 지원' 조항도 포함됐다. 2024.06.19.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19일 정상회담을 통해 기존 '선린우호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지만 양국 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어 양국 관계를 격상했다.

2000년 '친선·선린·협조 조약'(신조약)을 맺은 후 24년간 유지해온 '선린우호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타국과 맺는 가장 높은 수준의 국가관계인 '전략 동맹' 바로 밑 단계다.

푸틴 대통령은 서명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선포했다.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정상 발언을 종합하면 최소한 준동맹 수준으로 군사협력을 강화한 것이 확실시된다. 1961년 7월 북한과 소련이 맺었다가 1996년 최종 폐기된 '조·소 우호 협력 및 호상 원조 조약'(상호조약)에 명시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부활했다고 보기엔 섣부르다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상호조약은 유사시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협정과 관련해 "자동군사개입은 병력을 동원해서 작전을 펼치는 '참전'을 뜻하기 때문에 '참전'과 '지원'은 구분해야 한다"며 "준군사동맹 수준까지 격상한 건 맞지만, 군사동맹보단 군사동맹에 준하는 상호 협력구도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군사개입 수준의 군사동맹이라면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핵우산을 제공한단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이는 세계 최대 핵탄두 보유국으로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관리해야 하는 러시아로선 감수해야 할 부담이 크다.

자동군사개입에 기반한 군사동맹으로 규정 시 큰 파장을 감수해야 하는 러시아는 최대한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장에 도착해 환영나온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4.06.19.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장에 도착해 환영나온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4.06.19.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으면 러시아는 한국과 사실상 관계파탄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G2'로서 '불량국가'인 북한·러시아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한국·일본과의 관계도 관리해야 하는 중국 역시 대외적으론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동맹의 핵심인 자동군사개입에 미치지 못했단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관계란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입에선 '동맹' 표현이 나오지 않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구속력 있는 언어를 통해 포괄적, 전략적 협력관계로 묶어놓으려는 북한과 너무 깊숙이 묶이기는 꺼리는 러시아 간 입장 차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동맹관계에 대한 러시아의 유보적 입장을 염두에 둔 듯한 말을 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의) 임의로운 다사다변과 국난을 일치된 공동의 노력으로 답하기 위한 의무이행에 충실함에 있어서 그 어떤 사소한 해석상 차이도 추호의 주저와 흔들림도 없을 것이란 우리 정부의 불변한 의지를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역설적으로 '해석상 차이'를 의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위원은 "김정은 입장에선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향후 이 높은 기대치가 해석상 차이로 이어질 여지를 본인도 신경 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1961년 상호조약 동맹 정신을 계승한 건 맞지만, '자동군사개입'이라기엔 다양한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감지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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