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평가 제도, 구멍 있었나…'화성 화재' 아리셀, 3년간 '우수'

2021년 우수사업장…이후 2년간 사후심사서도 인정 유지

고용부, 지난해 '자기규율' 기조로 위험성평가 제도 개편

'근로자 참여' 핵심…일용직 대부분이라 작동 안 했을 듯

박정 의원 "산업안전감독 구멍 커져…제도 재검토해야"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23명 사망 등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리튬 배터리 화재 사고가 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고용노동부로부터 3년 동안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돼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고용부가 지난해 위험성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자기규율'을 기조로 개편한 뒤에도 인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제도 허점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리셀은 지난 2021년 2월25일자로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에 선정됐다. 이후 2022년 12월13일과 2023년 12월26일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사후심사에서도 각각 88점과 75점을 받아 우수사업장 인정 기준인 70점을 우회하는 평가를 받았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 내 유해 및 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제도다.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되면 ▲산재보험료율 20% 인하 ▲정부 포상 또는 표창 우선 추천 ▲클린사업장 조성지원 보조금 1000만원 추가 지원 ▲기술보증기금 보증 실행 시 최초 3년 간 보증비율 100%적용 및 보증요율 0.2%포인트(p) 감면 등 혜택을 받는다.

아리셀은 이러한 제도 하에 2022년 기준 산재보험요율인 0.6%에 0.498%,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0.48%의 보험료율을 적용 받아 총 580여만원의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5월 중소사업장의 위험성평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편한 뒤에도 여전히 아리셀이 우수사업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개편 전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이 만들어진 뒤 최초 평가를 하고 새로운 기계 장비 도입 등 일정 사유가 발생했을 때 '수시평가'를, 이를 토대로 1년마다 '정기평가'를 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개편 뒤에는 이 수시평가와 정기평가를 없애고 '상시평가' 개념을 도입했다. 규칙적으로 위험성평가를 한다면 근로감독 시에도 정기평가와 수시평가를 한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새 위험성평가의 핵심이 '근로자 참여'인데, 아리셀의 경우 사측이 밝힌 숫자로만 따져도 정직원이 50명,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가 53명이었다. 매일 바뀌는 인력의 의견을 들어 사업장 위험요인을 점검했을 리 만무한 구조다.

실제로 사망자 대다수는 대피로가 아닌 출입문 반대편에서 수습된 점을 미뤄볼 때 제대로 된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중대재해 사고사망자수가 역대 처음으로 500명대를 기록한 점을 적극 홍보하면서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 때문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제도 허점이 드러나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정 의원은 "정부가 2023년부터 정기감독을 계도 중심의 위험성평가로 대체하면서 산업안전감독제도의 구멍이 더 커졌다"며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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