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 유류·먹거리 가격 꿈틀…연초 물가 빨간불
환율급등에 석유류 가격 반등…자동차 LPG 8.9%↑
농산물 가격도 고공행진…귤 32.4%↑ 무 98.4%↑
정치 불안, 환율 급등으로 연초 물가 상승 압력↑
경기 침체, 물가 상승 겹치면 회복 어려운 타격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환율 급등에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1주 연속 상승중인 29일 오전 서울 시내의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최근 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2024년 초부터 연말까지 하향곡선을 그리던 소비자물가지수는 12월 들어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안이 환율을 자극하면서 반등세로 전환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는 현상이 경제 여건을 더욱 악화사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를 기록했다. 2~3월까지 3% 대였던 물가상승률은 10월 1.3%까지 떨어졌다가 11월(1.5%) 들어 반등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아직 물가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0%) 아래에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수준까지는 아니다. 경제의 기초적 여건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도 1.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단기 변동성이 크고 가계 필수 소비와 관련성이 높은 석유류와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 점은 불안 요인이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던 석유류 가격은 12월 반등(1.0%)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9%, 자동차용 LPG는 8.9%, 취사용 LPG는 4.3%나 올랐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유류세 인하폭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농산물 가격도 불안한 모습이다. 채소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7%나 올랐다. 귤(32.4%) 무(98.4%), 토마토(20.6%), 배추(26.4%), 당근(65.5%) 등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생산 농산물은 작황 부진, 수입 농산물은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올해 소비자물가가 2.3% 올라 지난해보다 상승폭이 둔화하며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등 신선식품 물가는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귤을 정리하고 있다.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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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체적인 물가 수준이 아주 높다고는 볼 수 없다. 연간 기준 물가상승률은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로 햐락 추세를 나타냈다. 경기가 과열기를 지나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물가지표도 자연스럽게 하향세를 그리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안보적 불안 요인이 물가를 자극하는건 국민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물가가 지난해 수준인 2~3%대로 높아진다면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으로도 극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가장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현재의 정치 상황이 단기간에 안정되기 힘들고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진정될 만한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한 해동안 180원 가량 올라 1500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4번에서 2번으로 줄인 것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도 연초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율은 향후 수개월간 석유류 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의 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있고, 난방비 부담이 커지는 계절적 상황에서 가계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품목별로 다르다. 석유류는 바로 영향을 줄 수 있고 다른 품목들은 1개월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서서히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4년(2.3%)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지만 1월에는 전달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에너지·농식품 바우처 지원, 주요 식품원료 할당관세 지원 등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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