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동근 "오징어게임2는 제게 온 새 웨이브죠"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에서 박용식 역
도박빚 갚으려 게임 참가…엄마와 동행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프로젝트"
"파티처럼 생각했지만 연기 부담 크기도"
"오징어게임2 캐스팅 아내에게도 함구해"
"시즌3 내 연기 골든글로브 기다려야 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양동근(46)에게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가 어떤 의미였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차원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어떤 것과도 견줄 수가 없네요."
1987년부터 배우로 살았으니까 삶 대부분을 연기를 하면서 보냈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으로 처음 경험한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을 이렇게 완전히 겨냥하고 있는 작품은 처음.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가서 현지 매체와 인터뷰한 것도 처음, 이런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도 최초였다. 그래서 양동근은 연기부터 시작해 '오징어 게임2'와 관련된 모든 걸 파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일이죠. 그러니까 이게 파티라는 마음 상태, 그런 무드, 이런 온도가 생긴 거예요." 양동근은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2'를 자신에게 닥친 새로운 물결로 표현했다. "이건 웨이브죠. 큰 웨이브."
지금은 즐겁게 파티라고 말할 수 있지만 촬영 당시엔 그가 연기한 '박용식'은 압박감과 중압감이 상당한 파티 코스튬이었다. 용식은 도박빚을 감당하지 못해 게임에 참가한 인물. 그는 이 게임에서 엄마를 만난다. 용식의 엄마 '장금자'(강애심)는 아들 용식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해 게임에 하기로 한 것. 이제 두 사람은 반드시 함께 살아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용식은 또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 목숨을 건 도박에 다시 한 번 배팅해보는가 하면 급기야 엄마를 버리고 혼자 살아남으려고 했다는 의심 받을 만한 행동마저 저지른다. 아무래도 둘 중 한 명은 먼저 탈락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 수밖에 없다.
"캐스팅 됐다는 얘길 듣고 기뻤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해야 할 연기를 보니까 참 괴롭더라고요. 짝짓기 게임 중간에 제가 엄마를 끌어안고 우는 장면이 있잖아요. 하…오래 연기해왔지만, 울기 위한 감정을 불러오는 게 참 쉽지가 않아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괴로운 작업이거든요. 아주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우는 연기를 해오다 보니까 그것 자체가 고통스럽기도 해요.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요.(웃음) 그 장면 촬영 전날엔 제가 정말 몸살이 날 정도였습니다."
양동근 노래 중에 'Father'라는 곡이 있다. 그가 2013년 1월에 내놓은 싱글이다. 양동근은 이 노래를 가끔 우연히 듣게 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울컥한다고 했다. 아버지 입장에서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곡. 양동근은 회전목마 짝짓기 게임 장면을 촬영할 때 갑자기 'Father'가 가슴을 탁 치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 '꿈의 동산에서 널 키워주고 싶었어'라는 가사. 그 가사가 갑자기 생각나면서 감정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회전목마와 꿈의 동산 사이에 비슷한 뭔가를 느꼈던 것 같다"며 "걱정했던 것보다 용식의 마음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때 현장이 어땠냐면요. 제가 우는 연기하는 걸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다 지켜보고 있었다니까요.(웃음) '저들이 내 연기를 보고 있네'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막상 제가 우는 장면은 짧게 나오지만 제가 울 때 현장에 있던 배우들 리액션을 하나 하나 다 땄어요. 전 계속 울고 있었고요.(웃음)"
양동근은 전작이 2021년 대성공을 거둘 당시엔 보지 못했다고 했다. TV를 아이들과 함께 보기도 하고, 워낙 작품을 분석하면서 보는 버릇 때문에 특히나 긴 시리즈물을 끝까지 못 보기도 해서 안 보고 있었다. 물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온갖 시상식 상을 휩쓸 땐 부럽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동경했던 작품에 캐스팅이 된 거다. "잘 되는 걸 보면서 배가 아프기도 했죠.(웃음)"
양동근은 소속된 회사를 통해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에게 얘길 전해 듣고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최대한 침착하게 입단속부터 했다. 출연이 최종 확정되고, 출연진 기사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캐스팅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아내에게도. "아내와 10년을 살았는데 말을 안 했어요. 어디 가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르잖아요.(웃음) 와이프를 못 믿기보다는 이 작품과 약속을 지킨 거죠."
그는 출연이 완전히 확정된 뒤에 시즌1을 봤다고 한다. 시즌1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작품이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나서 봤기 때문에 오히려 작품에 더 몰입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제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해야 할지 정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편했습니다."
금자·용식 모자는 시즌2에 담긴 3번째 게임까지 함께 살아남는다. 아마도 두 사람은 시즌3에서 다시 목숨을 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후속작에서 절정을 향해 가게 될 것이다. 시청자들은 결국 금자가 용식을 위해 희생할 것이라거나 용식이 결국 금자를 버리고 홀로 생존하는 선택을 할 거라고 예상한다. 어차피 딱 1명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용식이든 금자든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그래서 온라인에선 "눈물바다가 예고돼 있다"는 말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양동근에게 시즌3에선 더 진한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아직 하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며 웃었다. 양동근을 인터뷰한 날 미국에선 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진행 중이었다. 만약 시즌3까지 공개됐다면 자신이 골든글로브 시상식 연기상 후보에 올랐을 거라는 농담이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단순히 웃자고만 한 말 같진 않았다. "글쎄요 전 눈물바다 이런 건 좋아하진 않지만…골든글로브를 지금 하면 안 돼요." 그에게 시즌3가 공개되면 오는 9월에 에미 시상식이나 내년 초 골든글로브가 남아 있다고 하자 양동근은 "그러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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