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택시 휴업에 광주 시민들 '발만 동동'
광주택시업계 '카풀 자가용 영업' 반대하며 24시간 동맹휴업
텅 빈 택시승강장…출근길 직장인·학생·병원환자들 초조·당황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0일 오전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앞 택시정류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광주택시업계는 '자가용 카풀 영업'에 반대하며 동맹휴업에 나섰다. 2018.12.2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아내가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정말 큰 일 났네."
전국 택시업계가 '카풀 자가용 영업'에 반대하며 동맹휴업에 나선 20일 오전 8시,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앞 택시승강장.
아내의 수술 보호자로 대학병원까지 택시를 타려고 했던 최진호(73)씨는 승강장 주변을 서성이며 택시를 기다렸다.
최씨는 "뉴스를 통해 택시기사들이 정부에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평소 같으면 줄지어 서 있을 택시가 1대도 없다는 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편을 들기는 어렵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택시기사 입장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아내 수술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연신 애를 태웠다.
택시 3대가 동시에 정차할 수 있는 이 택시 승강장에는 택시가 1대도 보이지 않았다. 10분에 1대 꼴로 드문드문 오는 택시를 잡기 위해 시민들은 승강장 내 택시진입로까지 나와 서 있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대학 통학버스 승차지점인 농성동까지 가는 대학생 김동현(20)씨는 "시민들이 이런 불편을 겪어가며 택시기사들의 휴업을 이해해줘야 하는지 의문이다"면서 "평소 같으면 진작 통학버스에 타고 있을 시간이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중요한 약속이 있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택시를 기다리던 한 노인은 택시 1대가 승강장으로 다가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0일 오전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앞 택시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택시에 타고 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광주택시업계는 '자가용 카풀 영업'에 반대하며 동맹휴업에 나섰다. 2018.12.20. [email protected]
출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10여분 간 택시를 기다리던 한 여성은 급히 전화를 걸어 '택시가 휴업하는 지 몰랐다. 조금 늦을 것 같다'며 회사에 양해를 구했다.
고등학생 홍예담(18)양은 "집 앞에서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택시가 많이 서 있던 이 곳에 오면 택시를 쉽게 잡을 줄 알았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홍양은 급하게 휴대전화로 버스노선을 검색한 뒤 인근 버스정류장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0일 오전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앞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이 인근 버스정류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광주택시업계는 '자가용 카풀 영업'에 반대하며 동맹휴업에 나섰다. 2018.12.20. [email protected]
병원진료를 위해 전남지역에서 새벽 일찍 집을 나서 광주를 찾은 노인들도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
영암에 사는 최모(70)씨는 "예약은 오전 10시이지만, 검사를 받아야 돼 지금 가야만 한다"며 "1년 가까이 병원을 다니며 이렇게 택시가 잡히지 않은 적이 었었다. 20여분 째 기다리고 있는데 지친다"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목포에서 온 이경리(61)씨도 "첫 차를 타고 광주에 왔다. 15분째 택시를 기다렸다"면서 "광주 시내버스노선을 잘 모르니 버스도 탈 엄두가 나지 않는다. 9시 진료예약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이 씨는 "택시 입장에서는 카풀영업으로 손해보는 점이 분명 있겠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크게 공감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와 택시업계가 잘 타협해서 원만하게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택시 휴업사실 자체를 몰라 더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택시승강장에 모여 있던 10여명의 시민들 가운데 한 중년 남성이 '오늘 택시운행 안 한대요. 버스 타셔야 합니다'고 외치자, 그때서야 시민들은 버스정류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9일 오전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앞 버스환승센터에서 택시를 타지 못한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광주택시업계는 '자가용 카풀 영업'에 반대하며 동맹휴업에 나섰다. 2018.12.20. [email protected]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출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택시업계는 이날 오전 4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적인 규모의 동맹휴업을 선포했다.
또 이날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제3차 택시생존권사수대회를 열고 강력한 저지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광주 택시업계도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승차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며 상경투쟁과 동맹휴업에 동참했다.
동맹휴업에는 광주지역 법인택시 2839대, 개인택시 200여 대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광주에는 개인택시 4795대·법인 76곳의 택시 3377대 등 총 8172대의 택시가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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