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에서 롯데타워까지…신격호 어록
"롯데 만드는 1만5000종 제품 가격 다 알아"
"이해가 되지 않는 사업에는 손대지 않는다"
거화취실 화려함 멀리하고 실속 추구 태도
자원 없는 한국 관광 중요 롯데타워에 힘써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나 1948년 일본 도쿄에서 롯데홀딩스의 전신인 롯데를 창업했다. 신 명예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로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일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롯데그룹을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로 성장시킨 바 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2020.01.19. [email protected]
19일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1983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신 명예회장은 껌으로 시작해 높이 555m짜리 롯데타워를 서울 한복판에 올렸다. 이 과정을 반영하듯 롯데그룹 사업 영역도 식품에서 유통, 화학까지 산업 전 부문에 걸쳐있다. 신 명예회장은 수많은 사업을 철두철미하게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껌은 23개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 1만5000종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1만5000가지 제품 특성과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 가격을 알고 있다"고 했다.
신 명예회장은 사명감을 강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67년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롯데제과를 만든 뒤 처음 했던 말이 "기업 이념은 품질 본위와 노사 협조로 기업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신격호 명예회장 젊은 시절 모습
경영원칙은 이해와 상식, 그리고 철저한 준비였다. 그는 2004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경영원칙은 세 가지다. 이해가 되지 않는 사업에는 절대로 손대지 않고, 이해가 되는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업에 실패해도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금을 차입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잘 모르는 사업을 하면 국민에게 피해가 간다는 게 신 명예회장의 생각이었다. 롯데와 거래하면 절대 손해보지 않게 하겠다는 것도 그가 정한 원칙 중 하나였다. "기업인은 회사가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고도 했다.
집무실에 액자로 걸려 있던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문구는 신 명예회장 생전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갈 때 한동안 혼자서 직접 서류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 회장과 달리 소박한 사무실을 쓴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신 명예회장이 롯데타워 건설에 힘쓴 건 '관광보국'(觀光報國)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의 장래를 깊이 생각했다. 부존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게 저의 신념"이라고 했다. 그래서 "서울 잠실의 롯데타워를 세계 최대의 관광 명물로 만드는 것이 내 일생의 소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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