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헌팅 메카'된 태화강 국가정원…코로나는 남의 일?
20~30대 이성간 합석, 새벽까지 다닥다닥 술판
무너지는 거리두기…5인 이상·마스크 방역 실종
아침에는 쓰레기 대란…먹고 마시고 몸만 떠나
울산시 "계도 후 상황 지속 시 일부시설 폐쇄"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29일 오후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잔디밭에 모인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음주를 즐기고 있다. 2021.05.30.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박수지 기자 = "불토에는 헌팅 잘 되는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29일 오후 11시께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잔디밭은 돗자리를 깔 틈도 없이 시민들로 북적였다. 주로 20~30대 젊은 층으로 음주와 함께 배달음식을 즐겼다.
밤이 더 깊어지자 '헌팅족'들이 돗자리를 넘나들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들은 "같이 술마셔요", "몇 명이서 왔어요?"라고 이성에게 말을 걸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거나, 착용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합석이 성사된 곳은 당연히 '5인 이상'이 됐다. 국가정원 곳곳에 붙은 방역수칙 준수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였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틀거나, 노래방 마이크를 사용하는 시민도 많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녀가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조모(24)씨는 "요즘 '불토'에는 번화가보다 국가정원이 합석해서 놀기에 더 좋다"며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피크타임이다. 주로 술집에 있다가 자리를 옮기거나, 일찍 자리를 잡고 놀기도 한다"고 말했다.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29일 오후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잔디밭에 모인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음주를 즐기고 있다. 2021.05.30. [email protected]
인근 분리수거함은 각종 술병과 음식물, 상자 등으로 가득했다. 워낙 술병이 많다보니 소문 듣고 찾아온 빈병 수집상들도 곳곳에 보였다.
한 수집상은 "빈병 모으기 이만한 곳이 없다"며 "쓰레기통에서 빈병을 다 골라내고, 공원 한 바퀴 돌고오면 처음과 똑같은 상태로 병이 모여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가정원 곳곳에는 불법주차가 만연했다. 공영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지만, 차량은 밤늦게까지도 계속 들어왔다.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30일 오전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잔디밭에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2021.05.30. [email protected]
30일 오전 6시께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핫플'이었던 국가정원은 쓰레기통이 돼 있었다.
잔디밭에는 쓰레기를 그대로 방치하고 몸만 빠져나간 흔적으로 가득했다. 곳곳에 먹다 만 치킨과 컵라면, 소주, 맥주 등이 나뒹굴었다.
이 상황에도 일부 시민은 아침까지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인근 분리수거함은 돗자리, 종이컵, 담배꽁초 등이 방치된 데다 남은 음식이 쌓이면서 악취까지 코를 찔렀다.
분리수거를 하고 싶어도 쓰레기 무덤에 둘러싸여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음수대에는 먹다 버린 라면찌꺼기로 물이 내려가지도 않았다.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30일 오전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분리수거함이 무분별하게 투기된 쓰레기로 둘러싸여 있다. 2021.05.30. [email protected]
산책하던 주민 최모(58)씨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충격적이다"며 "각종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때문에 산책할 기분이 안난다"고 발걸음을 돌렸다.
한 주민은 "술을 마시는 건 좋은데, 적어도 쓰레기는 버리고 가야하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버리고 가면 환경미화원분들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울산시는 쓰레기 투기와 방역수칙 미준수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국가정원 일부 시설을 폐쇄할 방침이다.
시는 이같은 내용을 알리는 현수막을 지난 24일 국가정원 내 잔디밭 일원에 걸고, 다음달 7일까지 계도기간을 가진다.
울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문제가 지속될 경우 6월 7일 이후 일부시설을 폐쇄할 예정이다"며 "시민들은 5인 이상 집합금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키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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