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일 과거사 매듭 풀고 '신 한일관계' 모색

강제징용 피해자 대책 발표…셔틀외교 복원 급물살

"한일 새 시대 열리면 한미일 안보협력 업그레이드"

尹, 오는 4월 취임 첫 방미 가능성…G7 옵서버 갈 듯

[프놈펜=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2.11.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정부가 6일 한일 관계 최대 난제로 꼽혔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제시하면서 한일 간 갈등을 해소하고 양국 관계 복원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외교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이끌어 내 '신(新)한일관계'를 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나아가 한미 정상회담, G7정상회담 참석 등 잇단 외교 이벤트를 통해 한미일 3자 간 포괄적 협력 체제를 공고화하는 방침도 세웠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일 미국 방문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현안 문제가 잘 매듭이 지어지면 양측 간 포괄적 관계 증진, 더 나아가서 한미일 관계로의 발전 등을 위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슈가 부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포괄적 관계 증진'과 '한미일 관계로의 발전'을 위해 "양측 정상이 만나서 소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푼 직후에 현안들을 속도감 있게 다뤄나가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며 정상외교를 통한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의 접근을 예고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절충안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 또는 유족 등 원고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되, 그 재원은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이 마련하는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이다. 여기에다가 한일 재계단체가 장학금 지원 등을 위한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가로 논의하고 있다.
 
이 방안을 놓고 국내에서는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책임 요구가 빠진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적지 않지만, 일본 측에서는 대승적 결단을 평가하는 분위기여서 한일관계 회복의 물꼬를 트는 데는 긍정적 영향을 줄 거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대한(對韓) 수출규제 해제 등의 후속 조치로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 의지를 밝혀왔다. 이르면 이달 말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셔틀외교 복원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한일관계 경색 국면에의 빗장들이 속속 풀릴 전망이다.

한일관계 회복은 미국이 원했던 일이기도 하다. 북한 핵무력 고도화 대응뿐만 아니라 역내 안보·경제 이슈 등에 관한 3자 협력에 과거사 문제에서 기인한 갈등이 늘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프놈펜=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11.13. [email protected]

김 실장은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미국이 (한일 협의에) 관심을 보인 이유 중 하나는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는지 여부였던 거 같다"며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면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고, 나아가 한미일 협력이 보다 포괄적이고 풍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거로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간 협의 결과를 갖고 미국을 방문하게 될 전망이다. 오는 4월 말께 미국을 국빈방문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 김 실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윤 대통령 미국 방문 일정과 방식 등에 관한 협의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 첫 방미 핵심 의제는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으로 행동하는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문제다. 한일 정상 간 해빙무드를 바탕으로 한미일 3국이 북핵 문제와 역내 주요 현안, 그리고 공급망 등 경제안보 현안에 공동으로 협력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이 한국 기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전시켜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일본은 오는 5일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일본은 이 회의에 윤 대통령이 옵서버로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옵서버로 참석하게 될 경우 지난해 11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이후 반년여 만에 또다시 한미일 3국 정상이 한곳에 모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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