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빅컷'…韓 반도체·자동차 등 후폭풍은?
배터리업종, 美 금리 인하 '긍정 효과' 기대
반도체, 車 등은 수출시 '달러 약세' 우려
미국 내수경기 활성화 가능한 것은 긍정적
철강업계, "약달러로 원자재값 안정" 기대
[워싱턴=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연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4.75~5.00%로 낮췄다. 2024.09.18.
19일 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75~5.00%로 낮췄다. 당초 0.25%p를 내리는 스몰컷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노동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빅컷'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우려와 함께 경기 부양책 기대감이 함께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최근 수 년간 고속 성장하다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침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이번 금리 인하가 어떤 업종보다 반갑다.
고금리 기조에서 투자와 소비가 모두 위축됐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하로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여기에 전기차 판매까지 반등할 경우,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원소재 등이 모두 금리 인하 수혜를 만날 수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산업은 무엇보다 금리 영향이 큰 업종"이라며 "미국 금리 인하가 절대적인 결정 요인은 아니지만 이번 인하로 전기차와 배터리 소비 둔화가 어느 정도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가전 같은 전기전자 업종도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AI 데이터센터를 제외하고는 빅테크 기업들이 굵직한 투자를 자제해왔는데 이번 금리 인하로 투자가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며 "소비 진작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판매도 늘어날 수 있어 반도체 업종에는 호재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금리 인하가 미국 경기 전반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므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다른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자체도 의미 있지만 그 배경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현재 중국, 유럽 등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예상 외로 빅컷을 했다는 것은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도 이번 금리 인하가 상반된 신호로 작동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먼저 미국 금리 인하가 원화 가치 상승을 촉발해 자동차 수출에서 이전같은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은 부정적이다. 반면 미국 내수 경기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은 자동차 판매 증가로 이어져 긍정적 요인으로 곱힌다.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하로 수출 수익성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단순 악재라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은 미국 내수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이번 금리 인하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통상 미국 금리 인하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정제마진으로 이익을 남기는 정유업계에는 호재다. 단 화학업계 입장에선 원가 부담이 커져 일정부분 악재라는 평이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업황에 미치는 영향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가 외에 다른 변수들도 많으니 섣불리 단정 짓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미국 금리 인하를 반기는 모습이 더 짙다.
철강업체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하로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기조가 나타날 경우, 철강 원재료 구매가격이 낮아지며 원가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로 부동산·건설 업종이 살아날 수 있는 것도 철강 업종에 긍정적인 요인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한 어려움이 커 이번 금리 인하가 즉각적인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는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조선업계도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자금 조달 비용이 감소해 선박 발주에 긍정적이라고 본다.
반면 그만큼 미국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는 측면도 있어 선박 발주가 감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발주 물량 감소는 조선사들의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해 중장기적으로 업황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선박 건조계약이 달러로 이뤄지는 만큼 금리 인하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 매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하로 조선사들은 환헷지를 강화하고, 예상 환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등 환율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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