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트럼프 2.0 시대]①북미 정상회담 가시화할까…국정공백 속 '한국 패싱' 우려
트럼프, 북한 등 담당 '특임대사' 지명…북미대화 준비하나
탄핵정국으로 韓 정치혼란 지속…"한미 조율 여지 적어져"
'핵군축'협상 현실화시 최악 시나리오…"트럼프 소통라인 확보 시급"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28일(현지시각)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24.12.24.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외교 고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건너뛰고 북한과 직거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이런 우려는 커지고 있다.
대형 정치 이벤트를 즐기는 성향의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때부터 수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목을 언급해 왔다.
물론 북미 정상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시작된 밀월 관계를 당장 재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섣부르다.
트럼프 당선인으로서는 중동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두 가지 현안이 시급하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결렬) 이후 핵무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외교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기조를 굳혀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스타일을 감안하면 속도감 있는 북미 정상외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충성파' 일색인 2기 내각 외교·안보 라인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정상이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트럼프식 톱다운(Top down·하향식) 외교에 제동을 걸 이가 없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 북미 정상회담 실무자인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발탁했고, 최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대사를 북한 업무 등을 담당할 '대통령 특사'에 지명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참석 하에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연말 전원회의를 열고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천명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의식한 듯 직접적인 대미 비난은 하지 않았다.
한국에 가장 악몽이 되는 시나리오는 낮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인 '스몰 딜(Small Deal)'을 넘어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핵무기 감축이나 동결 협상이 현실화 하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핵 감축·동결과 제재 완화를 주고받으면 '북한 비핵화' 목표는 사실상 폐기된다.
1990년대 북핵문제가 본격화한 이후 한미는 일관되게 북한의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삼아왔는데 이것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이 트럼프와 직거래를 한다면 북미관계에서 남한을 배제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고 남한에 의도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패싱(배제)하고 북한과 직접 소통하는 '통북봉남'(通北封南)이 고착화하면 한국은 북핵문제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트럼프 진영에서 회의론이 팽배하고, 탄핵 사태로 한미 조율을 할 여지도 상당히 적어졌다"며 "북한은 가뜩이나 한국을 배제하려고 해왔는데 한국이 자체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참가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구속 및 국민의힘 해산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24. [email protected]
현재 각국은 역량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트럼프와 접촉하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지난달 15일(현지시각)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으며 지난 10월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회담을 조율 중이다.
반면 한국은 올 상반기까지는 국정 공백이 예상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마저 탄핵 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상 외교에 나설 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최장 180일이 걸리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 결과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든, 기각돼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든 혼란이 불가피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지도자가 공백 상태인 대행 체제에서 외교 역량은 평시의 20% 정도만 발휘된다고 본다"며 "정치적 혼란이 조속히 종료돼야 한다는 것 외에 대안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인선 윤곽이 잡힌 만큼 소통 라인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 소통채널이 복원된다면 국무부 시스템보다 본인 직속을 통하는 트럼프의 특성상 웡 부보좌관과 그리넬 특사를 거치게 된다"며 "트럼프 2기 정부와의 소통 라인을 시급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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