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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내 아들아"…새해 전야 통곡의 무안공항

등록 2024.12.31 21:23:28수정 2024.12.31 22: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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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기다림' 무안공항, 참사 사흘 만에 합동분향식

희생자 179명 위패·영정 놓고 '첫 제사' 유족 헌화·분향

절규·오열·애통…흐느껴 울고 부둥켜 안으며 슬픔 바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들이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들이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변재훈 우지은 기자 =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오매오매 내 아들아 돌아오랑께."

2024년 한 해의 마지막날인 31일 저녁 전남 무안국제공항에는 비명에 가까운 오열 소리와 숨죽여 우는 절규로 가득 찼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 만인 이날 공항 1층에는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한달음에 달려와 뜬눈으로 밤 지새우며 희생자 수색·유해 수습 과정을 기다린 지 애가 다 타도록 사흘 만이다.

온가족이 함께하는 연말을 꿈꿨지만 유족들은 예기치 않은 원통한 이별에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을 위패와 영정으로 마주한 유족들은 흰 국화를 한송이씩 놓으며 애써 누르고 있던 애통함을 터뜨렸다.

단란했던 연말 여행을 떠난 가족은 제단 위 위패로 돌아왔다. 유족들은 입을 틀어막고 숨죽여 울거나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한 유족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외마디 비명과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 중년 여성은 영정에 손 뻗으며 가족의 이름을 거듭 부르짖으며 오열했다.

한 할머니는 연신 "아아악" "으으" 소리를 지르며 목놓아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국화가 놓인 제단을 손으로 '탕' '탕' 치기도 했다. "오매오매. 아들아 내 아들아"를 외치며 단장(斷腸)의 슬픔을 감추지 않았고, 다른 유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발길을 돌렸다.

한 중년 여성은 "언니야…우리 애기야, 이렇게 다 가면 어떻게 하라고"라며 통곡했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email protected]


끓어오르는 슬픔에 애써 분향소에서 한 발치 떨어져 있던 다른 유족도 앙칼진 목소리로 "왜 거기 있어"라고 소리지르며 제단 앞에 뛰쳐나갔다. 이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거나 가슴을 세게 치며 "말도 안 돼"라며 오열했다.

소리 없이 울다가 바닥에 두 번 주저앉은 중년 여성은 다른 가족들의 부축으로 간신히 일어났다.

분향소를 뒤로 한 유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나왔다. 임시 숙소 여기저기에서는 울음소리만 메아리쳤다. 부모가 왜 우는지 영문도 모르는 한 아이는 어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왜 울어?"라고 묻기도 했다.

얼굴이 시뻘개진 한 중년 남성은 어머니로 보이는 장년 여성을 부둥켜 안고 애써 눈물을 훔쳤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3일 만에 가족들에게 첫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최대한 정성과 예를 다하겠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email protected]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을 하려다 공항시설물(콘크리트 구조물 기반 로컬라이저 안테나)을 정면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고 구조된 승무원 2명만이 생존,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발생 이튿날인 전날 오전부터 지자체는 공항에서 10여㎞ 떨어진 무안스포츠파크에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운영했다. 사고수습본부가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 따로 운영한 분향소였으나 여야 정치인 등은 전날 조문을 다녀갔다.

한편 참사 사흘째인 이날까지 희생자 179명 중 174명은 신원이 확인돼 DNA 분석, 검시·검안, 유족 인도 등 절차가 차례로 이뤄지고 있다. 나머지 5명은 아직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아 DNA 정밀 분석이 진행 중이다. 관련 절차가 모두 끝난 희생자들은 차례로 빈소로 옮겨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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